"응급의료체계 방치 정부, 응급실 의사에 화살"
류현호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
2023.08.07 06:01 댓글쓰기

올해는 유독 응급실 뺑뺑이 등 응급의료체계 민낯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 국회와 정부는 응급의료체계 개선 및 응급의학과 의료진 이탈 방지를 위해 현장 목소리에 하나 둘 응답하고 있다. 응급실 폭행 신고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응급실 진료 방해 범위 구체화, 환자 중증도에 따른 응급실 수용 의무화 등이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일선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응급실 뿐 아니라 배후진료과 등 필수과가 함께 무너지고 있는 현실도 직시하고, 의료진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진료환경 조성 등 근본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데일리메디는 응급의료 현안에 대한 대한응급의학회 시각을 류현호 공보이사(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최근 정치권은 응급실 현장을 주목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응급의료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7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압도적 찬성표를 얻어 통과했다. 


이는 의료기관은 응급의료 방해행위 사실을 인지한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토록 하는 게 골자다. 


지금까지는 없던 보호장치가 마련된 셈이지만 응급의학계는 이 같은 ‘사후적’ 조치에 대한 실효성에는 의문을 품는 분위기다. 


류현호 공보이사는 이에 대해 “과거 응급실 폭력과 관련한 다양한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결과는 낫부림·방화 등 수위가 점점 높아져 의료진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하는데, 신고와 같은 사후적 조치는 큰 효과가 없다. 의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일차적 저지를 위해 응급실 경찰 상주가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또 “목숨을 잃고 신고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점점 응급실 의사는 목숨 걸고 하는 직업이 돼 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뿐 아니라 응급실에서 폭행이 발생해도 실제 신고보다는 합의를 종용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남아있어, 현실적으로 이 같은 사후적 조치마저 작동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현장에서 실제 신고까지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다”며 “특히 지역사회 여론을 인식해야 하는 지방, 중소병원일수록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위 높아지는 폭행···응급실 의사는 목숨 걸고 하는 직업”

“신고 등 사후적 조치, 제재 효과 의문···현실적으로 신고 어려워” 

“수십년 정체된 응급의료체계, 문제 생기면 현장 의료진에 책임 전가 분위기”

“응급소아·응급분만 진료 불가능해진 배후진료 인력난 파악, 대책 마련 절실”


류 이사는 수 십년 간 응급의료시스템이 정체되면서 터지고 있는 작금의 문제들이 ‘응급실’ 자체 문제로만 비춰지는 현상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응급의료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과 수 십년 간 정체된 응급의료시스템 한계를 모두 응급실 현장과 응급의학과 의료진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의사가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응급분만, 응급소아 진료는 사실 배후인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환자 상태와 거리 등을 고려해 이송기관을 선정,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는 이른바 ‘수용 의무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류 이사는 “단순히 빠른 이송에 그치지 않도록 이송 내용에 대한 실질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중증질환이 아닌 경우 거리가 멀어도 2차 병원으로 이송하는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깊숙하게 현장을 살피고 개선하려는 정부 시도에도 불구, 지금처럼 각종 부담과 압박에 시달려 의료진이 응급실 현장을 떠나면 무용지물인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응급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의료진이 자부심을 갖고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중증응급환자들의 응급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목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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