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의료 공백' 장기화로 인한 산업계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병원들 대금 결제 연장 통보로 업체들의 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등 유관단체와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의료대란으로 업계 슈퍼을 재확인, 업계 공동 대응 방안 모색"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회장이 4월 29일 협회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의정 갈등 여파에 대한 협회 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회장은 "이번 의료대란으로 의료기기업체가 보건의료 생태계에서 '슈퍼을'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의료기기 업체 대표들은 집까지 내놓을 상황에 처했다. 병원 대금 지연 문제는 물론 할인 요구도 심해지고 있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의료기기 산업계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병원들이 진료 및 수술 축소로 인한 직접적인 매출 감소를 겪자 납품회사들에 대한 의료기기 대금결제 기한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대병원 계열 간납업체인 이지메디컴은 최근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에 의료기기를 납품하는 업체에 대금 지급 시기를 3개월에서 6개월로 변경했다.
성모병원 계열 간납업체인 오페라살루따리스도 결제가 지연될 수 있음을 업체에 통보했다. 이 같은 상황에 규모자 작은 업체들의 경우 피해가 극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관 단체와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지금 당장 어떤 해결책을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의료기기업계가 한목소리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본다.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여러 단체장 등과 회동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한편으로는 특위를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간납업체 불공정거래 방지법 22대 국회서 재입법 추진"
김 회장은 간납업체 갑질 근절을 위한 국회 활동도 재개한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2021년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의료기기 간납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김 회장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치료재료 청구금액이 4조6000억원이며 간납업체가 산업계에 요구하는 할인율은 평균 6∼7%로 약 2700백억원 이상 부당이득을 위한 비용을 산업계에 전가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번 국회에서 해당 법안 심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률안을 다시 가다듬어서 재입법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세부적인 내용은 ▲의료기관과 의료기기판매업자 등이 2촌 이내의 친족관계 등 특수관계에 해당하는 경우 의료기기 구매 임차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실태조사 업무 위탁근거 신설 ▲판매업자(간납업체)와 특수관계인 거래제한, 표준계약서 및 대금결제 기한 반영 등이다.
또 ▲공급보고 의무 타인전가에 관한 벌칙 조항, 기타 간납업체에 대한 구매대행업 규제 신설 ▲공정거래위원회 간납업체 불공정거래행위 여부에 대한 직권조사 실시를 통한 유통구조 개선 등이다.
"업계 발전 위한 범의료기기협의체(가칭) 설립 추진"
끝으로 김 회장은 협회 최우선 회무 방침으로 협회 설립 목적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양질의 의료기기 공급 및 회원사 권익 보호를 중심으로 지원과 규제, 행정으로 인한 업계 고충을 해소하는데 힘쓰겠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는 토론 중심으로 바꿔 모든 구성원이 공동 목표를 갖고 정책을 추진하는데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운영위원회 역시 각 위원회 의제를 취합해 함께 논의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가능하면 다양한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는 위원회로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특점품목, 특정목적을 지닌 의료기기단체와 업계 성장과 발전을 논의하고 이슈에 대해 공동대응하고자 '범의료기기협의체(가칭)' 설립도 추진 한다.
김 회장은 "협회는 전 품목 의료기기 업체가 회원사로 있기에 이에 부합하는 사업과 정책건의, 산업진흥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며 "여러 의료기기단체와 업계 성장과 발전을 논의하고 이슈에 대해 대응하고자 범의료기기협의체(가칭)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기적인 회동과 대화가 곧 소통의 바탕이 되고 산업계 결속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회원사를 위한 협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