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1] 1년 7개월 공백, 돌아온 전공의, 그러나 병원은 예전 같지 않다. 2025년 하반기, 1년 7개월 간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뒤흔들었던 의정 갈등이 전공의들 복귀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길고 어두웠던 터널의 끝에서 희미한 빛이 보이지만, 의료현장은 결코 2024년 2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공의 귀환은 의료정상화 신호탄이 아닌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 개막을 알리고 있다. 전공의 없는 병원에 적응하며 새로운 운영 방식을 터득한 의료계, 그리고 ‘피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전공의들 사이에서 새로운 갈등과 과제가 떠오르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8월 진행된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결과는 의료계의 복잡한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표면적으로는 사직했던 전공의 상당수가 돌아오며 급한 불은 껐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별·진료과별 양극화라는 깊은 상처가 곪아 터지기 직전임을 알 수 있다.
수도권은 ‘북적’ 지방은 ‘한산’…심화되는 의료인력 불균형
소위 빅5 병원(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은 70~80%대 높은 복귀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교수진 피로도가 한계에 달했던 만큼 이들 복귀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나 시선을 지방으로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지방 국립대병원과 주요 거점 병원들의 복귀율은 50% 안팎에 머물거나 그 이하를 맴도는 곳도 속출했다. 이는 의정 갈등을 거치며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 지방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기대 보다 복귀율이 저조해 허탈하다”며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지역의료 붕괴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토로했다.
‘피·안·정’ 웃고 ‘소·응·흉’ 울고…필수의료 위기
진료과별 편차는 더욱 심각하다. 피부과, 안과, 정형외과 등 소위 ‘인기과’는 대부분의 전공의가 복귀 의사를 밝히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분야는 여전히 정원을 채우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개인 선호를 넘어 낮은 수가와 높은 의료소송 부담, 과도한 업무 강도 등 필수의료 분야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계속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반의’라는 새로운 선택지다.
수련 과정의 단절, 동료들과의 관계, 병원 측의 곱지 않은 시선 등을 이유로 수련병원 복귀를 포기하고 일반의 신분으로 2차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에 취업하는 사례가 상당수 파악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문의 배출 감소로 이어져 의료 질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반의를 고용하는 새로운 운영모델이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공의들 복귀는 분명 진료 정상화와 교수들 번아웃 해소에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이들의 복귀는 과거 시스템으로의 회귀가 아닌 새로운 관계 정립과 역할 조정을 요구하는 복잡한 방정식의 시작이다.
과거 전공의는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되며 주 8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근무환경을 감내해왔다. 그러나 1년 7개월의 공백기 동안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근로자’가 아닌 ‘피교육자’로 명확히 재정립했다.
앞으로는 과도한 당직 근무나 잡무 대신, 체계적인 교육과 수련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이다.
이는 병원 입장에서 인건비 상승과 인력 운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 ‘전공의 특별법’에 명시된 근무 시간 상한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PA 간호사와의 ‘불편한 동거’…업무범위 갈등 예고
전공의 공백 사태 일등공신은 단연 진료지원(PA) 간호사였다. 이들은 법적 보호 장치 없이 음지에서 수술, 시술 보조 등 의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떠맡으며 의료 붕괴를 막아냈다.
정부 또한 이들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제도화 논의에 착수한 상황이다. 문제는 돌아온 전공의와 PA 간호사의 역할이 상당 부분 겹친다는 점이다.
수련을 위해 다양한 술기를 익혀야 하는 전공의와, 이미 숙련된 기술로 병원의 핵심 인력이 된 PA 간호사 간의 업무 분담을 둘러싼 갈등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명확한 업무 범위 설정과 법적 가이드라인이 조속히 마련되지 않으면, 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전공의 없이도 돌아간다”…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역설은 ‘전공의 없이도 병원 운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일부 증명했다는 점이다.
물론 교수들이 희생에 가까운 격무에 시달렸지만, 많은 병원이 전공의 의존도를 낮추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확충하거나 PA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며 위기를 버텨냈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의료 시스템이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 병원 체제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의가 직접 입원환자를 관리하고, 수술과 시술의 주책임자가 되는 모델은 의료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며, 전공의는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높은 전문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저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전공의 복귀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이에 전문가들과 의료계에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되풀이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 구축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모두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먼저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의료 인력 수급 시스템을 구축이다.
인구 구조 변화, 질병 패턴, 지역별 의료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독립적인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설립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의료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둘째, 전공의 수련환경을 혁신해야 한다. 전공의를 ‘피교육자’로 인정하고, 이들의 수련 비용을 병원이 아닌 국가가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합리적인 근무 시간 단축은 물론, 수련 중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여 전공의들이 소신껏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지역 및 필수의료 붕괴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 의사들이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거점병원에 대한 획기적인 투자,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정상화, 지역의사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 과감한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
넷째, PA 간호사 역할을 법제화하고, 타 직군과의 협력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PA 간호사의 명확한 업무 범위를 설정하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전공의, 전문의, 간호사 등 각 직역이 전문성을 발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팀 기반 의료시스템 초석을 다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정 갈등은 우리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한국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공의 복귀를 갈등 봉합이 아닌 의료 미래를 재설계하는 ‘뉴노멀’ 시대 출발점으로 삼아야 국민 건강을 지키는 본연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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