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직접 본 대한민국 수련기관 남광병원
양민제기자
2012.06.07 09:18 댓글쓰기

서남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남광병원의 생사여부 결정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수련병원 역할이 불가능하다는 보건복지부 판단에 대해 병원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수련병원 지정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조만간 그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복지부는 수련병원 지정취소보다는 ‘전공의 이동수련’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로선 전공의 이동 수련을 가능케 하려면 ‘지정 취소’만이 방법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현재 남광병원에서 수련받고 있는 전공의들을 위해서라도 지정병원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심에서 패소하면 즉각적인 항소도 기정사실화 했다.

 

병원 측 반격도 만만치 않다. 법정에서는 ‘수련병원 유지를 위한 노력을 알아 달라’는 읍소의 모습까지 연출했다.

 

최근 광주행 KTX에 올라탄 기자는 병원의 읍소를 떠올리며 내심 변화된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남광병원의 모습은 '처참함' 그 자체였다.

 

응급실 쪽으로 몸을 돌리자 하얀 가운을 입은 중년 의사 한 명이 기자를 쳐다봤다. 뒷짐을 진 채 서 있던 그는 이내 안으로 사라졌다. 의사가 사라진 쪽으로 살며시 따라 들어가자 줄지어 세워진 하얀 침대와 그 위를 날고 있는 벌레 몇 마리만 보였다.

 

다만 깨끗한 모양새를 갖춘 1~2층 외래 공간은 앞서 병원이 증거물로 제출한 리모델링 공사 후의 모습 그대로였다. 깔끔했고 예뻤으며 화려한 샹들리에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무작정 내린 6병동(6층)에서 기자는 잠시 멈칫했다. 엘리베이터를 마주하고 있는 스테이션은 1층과 전혀 다른 허름한 모양새였고 그 곳엔 한 명의 간호사가 멍한 표정으로 기자를 마주했다.

 

방문환자의 이름을 물을까봐 조마조마하던 기자에게 간호사는 6층에 입원한 단 한명의 환자 이름을 물었다. “A씨 찾아오셨어요? 601호요.”

 

그나마 스테이션에서 간호사를 마주한 건 다행이었다. 병동 중 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방치된 스테이션만이 존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500병상 가운데 이날 입원환자는 단 4명뿐이었다. 일부 병동은 학생 탈의실로 이용되고 있었고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은 모두 적막만 흘렀다.

 

기자가 병원 건물을 2시간 가량 뒤지고 다녔지만 저지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의료진도, 환자도 거의 없는 남광병원은 그저 공포영화 속 폐원병원으로 출연하기 적합했다.

 

인터뷰를 했던 인근 주민들 가운데 남광병원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 이는 전무했다. 일부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은 ‘교통사고 및 산재 환자들만 일부 가는 곳’, ‘이미 폐원된 곳 아니냐’,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 ‘왜 우리 동네에 저런 병원이 있는지 모르겠다’, ‘병원 건물을 통째로 밀어버리고 싶다’ 등의 발언들을 쏟아냈다.

 

모 대학병원의 한 교수는 남광병원 사태를 두고 “외관 시설도 엉망인데다가 수련병원으로서의 인력자원 구축도 해놓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병원 역할이 가능하겠느냐”며 “병원 자체적인 문제도 크지만 아무렇게나 수련병원으로 지정해주는 행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우리나라 체계상 전문의로서의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수술방을 얼마나 많이 들어가고 환자 케이스를 얼마나 많이 경험하느냐 등”이라며 “남광병원의 경우 국민건강권을 생각해보면 수련병원으로서 자격이 없는 곳”이라고 비판했다.

 

남광병원은 이미 안팎으로 존재 가치가 없어진 곳이었다. 수술 케이스 등을 수련할 수 있는 환자가 없는 곳에서, 화려한 샹들리에가 있다고 한들 전공의들은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병원 측이 주장하고 있는 ‘노력’이 샹들리에 장식이 아니었길 바랄뿐이다. 특히 앞으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전공의들을 배출할 곳이라면 병원 생사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식이라면, 남광병원이 죽어야(?) 향후 국민들이 더 살 수 있을지 모를 형국이다.

 

오는 7월19일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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