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를 보는 업계 불편함
최종학기자
2012.07.07 13:33 댓글쓰기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내외 신개발의료기기 동향 및 임상정보 등에 관한 종합적인 정보기술지원 등으로 의료기기 산업을 육성, 지원하고 의료기기 안전관리 향상 등에 기여하겠다’며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이하 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식약청의 발표대로 지원센터는 의료기기 산업과 관련된 거의 모든 업무를 추진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제규격 연구, 국내외 정보의 수집・분석 및 관리 등 의료기기에 관한 정보 또는 기술 지원, 신개발의료기기를 제품화하기 위한 임상시험 지원, 위험관리 등 품질관리체계 및 허가・신고 관련 정보에 대한 교육・홍보 및 지원, 의료기기 관리 선진화를 위한 기준규격 국제화 지원 등이 그것이다.(식약청 보도자료 인용)

 

의료기기와 관련된 거의 모든 지원이 정부 주도 센터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업계가 거는 기대감은 크다. 그런 의미에서 지원센터 개소는 ‘의료기기 산업이 한국에서 태동한 이래 최대의 잔칫날’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원센터의 행보가 점입가경이다. 운영 재원 마련에서부터 시작된 파열음이 곳곳으로 확대되고 있다.

 

발단은 이렇다. 식약청은 지원센터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로부터 받지 못하자 당장 필요한 재원을 업계에 요청했다. 산업계 지원을 위해 설립하는 센터 운영비를 업계에 ‘요청’ 형식으로 ‘요구’한 것이다.

 

허가, 규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갑’(甲) 식약청의 요구에 ‘을’(乙) 업계는 운영비를 지원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자 이 요구가 ‘낸 만큼 더 내라’, ‘매년 지원해 달라’로 커졌다.

 

최근 데일리메디가 입수한 관련 협회의 올해 5월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식약청이 2013년부터 연간 2억 원씩 매년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안건으로 올라와 있다. 이 사안은 이사들의 반발로 5월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7월로 처리가 미뤄졌다.

 

방대한 업무를 총괄할 센터장 임명도 잡음 속에 이뤄졌다. 모집 공고 자체가 투명하지 않았고 사실상 내정된 인물이 자리에 앉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센터장 모집공고 마감일, 내정자 출근일과 임명일 무엇 하나 아귀가 맞는 부분이 없었다.

 

업계 일부에서는 지원센터가 산업계를 위한 것이 아닌 식약청 퇴직자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용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져 나왔다.

 

지원센터 업무가 너무 방대하고 첨복단지 등과 영역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충북 오송과 대구시에 조성 중인 첨복단지도 의료기기 개발, 생산 원스톱 서비스를 지향하며 대대적인 재원이 투입 중이고 의료기기 산업의 메카를 자처하는 강원도 원주의 경우에도 의료기기테크노벨 리가 운영되고 있다. 원주에는 첨단의료기기 멀티컴플렉스 건립도 추진 중이다. 업계의 지적대로 중복투자에 따른 효율성 저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식 문건화되지는 않았지만 식약청은 민간단체들이 행하고 있는 사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사업 추진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야말로 만능 센터를 꿈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산도 부족하고, 인력충원도 완전치 않은, 사업 중복 여지가 큰 의료기기정보기술지원센터 개소를 왜 이렇게 서둘렀을까. 1차년도 인력 구성 23명으로 2000여 개에 달하는 업체들을 지원하는 게 가능할까. 운영비도 부족한데 정상적인 사업 추진은 가능할까.

 

‘닥치고 공격’, ‘닥치고 정치’, ‘닥치고 영어’ 등 요즘 트렌드대로 ‘닥치고 지원’에 나서는 식약청이 의료기기 산업계를 위해 펼칠 다음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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