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신 진료와 제도적 뒷받침
정숙경 기자
2012.07.17 08:41 댓글쓰기

 "임의비급여는 단순히 의료기관의 수입증대를 위한 탈법행위가 아니다. 의사들이 불필요한 오해에 휩쓸리지 않고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

 

대법원이 최근 가톨릭대 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임의비급여 과징금 부과 및 환수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의학적 필요성 등 의료기관측이 일정 조건에 대해 입증한 경우 임의비급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의학적 임의비급여에 대한 입증책임이 의료기관에 있다는 대법원 판단에 대해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입증책임을 의료기관에 부담시키는 것은 촌각을 다투는 의료현장에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이유다.

 

의학적 임의비급여는 법적 기준이 의학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 요양급여 항목에 반영되지 않지만 효능이 좋다고 인정, 치료를 위해 사용해야 하는 신약이나 첨단기술은 불가피하다. 꼭 필요해서 썼는데 급여 적용이 안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환자들도 이런 의학적 임의비급여는 대체로 인정한다.

 

관련 학회는 이번 대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이 있기까지 너무도 힘든 싸움을 벌이며 안간힘을 기울여왔다. 지금도 비급여 항목을 급여에 포함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이러한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성모병원은 "생명 존중 가치에 따라 환자를 치료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요양급여 기준만 갖고는 환자를 치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병원 측은 "비록 급여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치료를 하면서 환자에게 부담을 지워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알지만 그렇지 않으면 치료를 제대로 할 수 없다. 환자의 목숨이 걸려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역설한다.

 

임의비급여 논란이 최초로 불거졌던 지난 2007년. 혈액학회를 비롯해 조혈모세포학회, 소아혈액종양학회 등 혈액암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학계는 "임의비급여로 실시되는 치료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의료진들의 진료가 불법진료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호를 요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성모병원은 그럼에도 '담당 의사의 소신대로…'라는 점을 인정한 부분에 그나마 희망을 가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조석구 교수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가 부도덕한 행위로 매도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정진료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피력했다.

 

임의비급여 문제는 비보험 약제의 사용 책임을 전적으로 병원과 의사에게 전가하고 있는 기형적인 사태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모순, 의료 현장의 관행과 국민들의 변화된 요구를 정부는 정확히 파악하는데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이 같은 사태의 상대는 환자가 아니라 정부이며 또 제도를 보완하고 노력해야할 주체는 학회와 병원이 아니라 이 역시 정부임을 직시해야 한다. 성모병원 백혈병 진료비 사태가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그 이후 단지 문제가 됐던 약제비, 검사비 혹은 재료비의 급여 인정 혹은 확대가 됐을 뿐 제도적,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새 치료법이 개발되고 새로운 약제가 출시되면 우리나라는 또 다시 똑같은 문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성모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의료계 전체의 문제가 된 이번 사태에 실질적인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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