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그러나…'
최종학 기자
2012.08.02 15:08 댓글쓰기

지난 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는 대기업 계열사 대표로 재직 중 유망 바이오벤처기업의 폐업을 주도하고 피해 기업의 인력을 빼내 동종 벤처기업을 설립 하는 등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모 씨의 선고공판이 있었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 씨는 검사의 항소로 이날 다시 한 번 재판정에 섰다. 그러나 재판부는 “심증은 가지만 폐업 주도에 대한 입증이 부족했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을 지켜보며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추척자’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 백홍석은 법정 살인과 탈옥 등으로 15년 형을 받았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피고인의 딸은 “아빠는 무죄야”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은 “죄는 짓고 벌은 안 받겠다는 사람들을 법 앞에 평등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바이오벤처기업 사건을 비롯해 최근 의료계 및 의료산업계 관계자들이 연일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거나 법정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 일부는 자신들의 죄를 시인하고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만 대부분은 죄를 시인하기 꺼려한다.

 

“몰랐다”, “결백함을 반드시 밝히겠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등 행위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부터 “행위에 비해 형량이 너무 가혹하다”는 등 자신의 행위는 큰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하는 사람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이번 바이오벤처 사건 항소심 선고를 맡았던 재판부는 선고 이후 피고인을 향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피고인 김◯◯ 무죄.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떳떳한지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권력을 등에 업고 파렴치한 기업 활동을 했다"고 비난 받았던 김 씨.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고개를 끄덕였던 피고인은 판사의 말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다음날 검찰은 김 씨에 대한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무죄, 그러나…”로 여운을 남긴 2심 재판부의 결정에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법원을 나서며 차후 대법원 결정이 내려지는 날 유죄, 무죄와 상관 없이 김 씨에게 “정말 떳떳하십니까”라고 물어볼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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