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독 의사만 '면허 박탈'
양민제 기자
2012.08.21 13:42 댓글쓰기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강남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 유기 사건의 충격이 쉽게 가실 줄 모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의사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고도의 윤리성이 요구되는 사회 풍토 속에서, 의사가 자신의 내연녀이자 환자였던 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그 시신을 유기했다는 점에서 더욱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 및 유기 등 흉악범죄를 저지른 의사에 대해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언주 의원(민주통합당)이 의료법 제8조에 명시한 의료인 결격사유에 살인 및 존속살해 또는 시신유기 등의 내용을 추가,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의사의 면허가 영구 박탈된다.

 

현 의료법에 따르면 흉악범죄를 저지른 의사라도 면허를 영구 박탈할 수는 없으며, 면허가 취소된 경우에도 최대 3년이면 재교부가 가능하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살인 등 중죄에 대한 처벌로 면허 박탈을 지지하는 의견과 의료 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사 면허 박탈은 다소 과한 처분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이언주 의원실은 "살인 및 시신 유기 등을 행한 의사가 의료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타당치 않다"며 "의료인 결격사유에 관련 범죄를 추가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명분이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이 밝힌 바와 같이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오히려 환자를 살해하고 그 시신을 유기까지 하는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유독 '의사'에게만 요구되는 엄중한 잣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즉, 법안의 취지는 좋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여타 전문직종의 경우 관련 법안에 따라 범죄 등을 행했을 때 면허(등록) 취소 처분이 내려질 뿐이다.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거나,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등록을 취소키로 돼있다.

공인노무사도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3년이 지나지 않은 자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등에 대해 면허가 취소된다.

 

약사의 경우도 ▲약사법 ▲마약류 관리법률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의료법 ▲거짓 약제비 청구 등 형법 위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집행이 끝나지 않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되지 않은 자 등에 대해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직에 대한 면허 취소 사유는 일반적으로 직종과 관련한 법안을 위반해 형을 선고받은 경우와 연계되는 양상이다.

 

이번 법안처럼 '살인'이라는 형법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의료법에서 관리 통제되고 있는 의사면허가 취소를 넘어 '박탈'된다는 고강도의 처분은 여타 전문직종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고도의 신뢰와 윤리가 요구되는 직업인 만큼 의료인이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를 환자에게 저지를 경우 사회적으로 용인될만한 강력한 처벌과 재발을 방지키 위한 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엄중한 잣대가 윤리성이 요구되는 수많은 전문 직업군 가운데 유독 '의사' 집단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형평성 차원 등을 포함해서 신중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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