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 그리고 무상의료
김선영 기자
2012.10.05 17:13 댓글쓰기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달 말 정부는 정책 시행 7개월여 만에 사실상 철회 방침을 내놓았다.

 

정부가 설명하는 폐기 이유는 재정적 어려움과 보육 실수요, 혜택의 소득별 공정성 등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정부 수정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어린이집을 비롯 보육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일관성이 결여된 정책으로 인한 혼란이 확인됐다. 중요한 것은 전면 무상보육 정책 시행이 계속되건 철회되건 정부와 정치권은 큰 오점 하나씩을 남기게 될 것이 분명하며, 이에 따른 책임도 막중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전면 무상보육 후퇴 선택은 재원 한계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지만 복지 정책의 커다란 혼선을 초래했고, 정치권의 경우 무상보육을 밀어붙여 후유증을 남긴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비난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무상보육 정책을 둘러싼 점입가경 행보를 보면 의료계 최대 화두라 할 수 있는 ‘무상의료’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전면 무상보육이 시행된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는 곳간 사정을 들어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재정 부담의 어려움을 온전히 드러냈다.

 

0~2세 무상보육도 이런데 하물며 무상의료는 어떠할까. 한 의료계 인사는 “보장성 강화는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라면서도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는 0~2세 무상보육 정책 사례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선심성 공약으로 인한 예산 증액 요구가 이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복지 분야 의무지출은 올해 59조원에서 2013년 62조9000억원, 2014년 67조7000억원, 2015년 72조6000억원, 2016년 78조8000억원 등으로 연평균 7.5%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선이 코앞이지만 공약 때문에 나라 살림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소탐대실 격이다. 물론 재정적 여유만 있다면 무상의 틀을 빌린 보장성 확대는 이상적이다. 하지만 관건은 한정된 예산이다.

 

정교하게 설계된 밑그림 없이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린 정책 시행은 이 같은 대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으며,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 없는 복지 정책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이 받게 된다.

 

복지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애초부터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무상의료 이슈가 더욱 뜨거워질 이 시점에서 무상보육 논란을 타산지석 삼아 정부, 정치권 등 사회 전반은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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