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사 갈등과 수가협상 상관성
2012.10.19 09:05 댓글쓰기

거의 한 달여(28일)를 끌었던 이화의료원 파업이 최근 끝났다. 경희의료원과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주요 병원들도 파업 직전 합의에 도달했다.

 

일부 병원의 경우 파업이 장기화되며 정치계로까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병원 파업과 협상과정을 지켜본 관찰자로서 노사 주장에 뭔가 중요한게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별적으로는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병원 직원들은 수 년 간 임금이 동결되거나 매우 적게 인상됐다. 이화의료원 경우 4년 동안 임금이 오르지 않았으며 병원이 통합되며 깎인 임금이 제대로 보전되지 못했다.

 

병원별로는 부족한 복지나 불편한 근무 환경에 대해 ‘상황이 어려워 노사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며 인내했다. 노조로서는 임금 인상 및 복지 향상을 요구할 충분할 명분이 있는 셈이다.

 

반면 병원 역시 할 이야기가 있다. 일명 빅4 등 몇몇 병원을 제외하고 최근 모든 병원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파업 직전 합의한 경희의료원 역시 수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진료비 및 환자수가 전체 병원순위에서 20위권으로 밀려났다.

 

다만 병원 출입을 하면서 의문은 남았다. 병원은 여전히 환자가 많다. 병원 전체적으로도 환자는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환자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과 비교해서 입원환자는 170%, 외래는 120% 수준으로 증가했다.

 

진료비도 늘었다. 2012 OECD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1인당 평균 의료비는 2010년 기준을 2005년에 비해 160% 수준이다. GDP 대비 의료비 비율도 약 20% 늘었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고, 의료비를 많이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노사 관계는 악화되고 있는 셈이다.

 

원인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수가다. 병원 주 수익은 건보공단에서 지급되는 보험급여다. 비급여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건보공단 자료 등을 보면 여전히 60% 이상이 보험급여다.


그런데 이 보험급여 수가가 매년 2.0% 안팎에서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인상된 사립대병원 임금은 3.0%수준이다. 그나마도 앞서 밝혔듯 수 년에 한번 이뤄진 것이다. 병원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생각해 볼 때 수가인상분은 인건비도 채우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뿐 아니다. 수가 인상협상 때마다 정부는 수가인상에 따른 부대조건을 제시한다. 약제비 절감, 포괄수가제 등이다. “포괄수가제는 결국 요양급여를 덜 주겠다는 이야기”라는 한 개원의협의회 회장의 말처럼 이러한 부대조건은 급여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애초에 적은 파이를 놓고 병원 사측과 노조가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저수가가 비급여를 불러오고 정부가 비급여 통제를 위해 저수가를 강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한 병원계 원로 발언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의료계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병원 경영진 외에 노조에서도 이번 협상에서 사립대병원지원법 등 정부지원을 늘리라는 요구를 했다. 같은 맥락이다.

 

지난 8일부터 수가협상이 시작됐고 이후 한양대의료원,서울성모병원, 고대의료원 등 아직 노사협상도 남아있다. 수가협상 결과에 따라 이후 병원 노사관계가 잘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는 단순히 헛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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