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집단휴진 앞서 내부 소통 필요'
음상준기자
2012.11.27 07:19 댓글쓰기

다음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의 집단휴진 방침을 논의하는 한 지역의사회 임원회의 장면이다.

 

소위 강성으로 알려진 한 임원이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의사 회원의 신상을 의사들이 주로 찾는 포털사이트에 올리자고 제안했다.  협회 권익사업에 비협조적인 불량회원을 솎아내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자는 것이다.  

 

4명이 한 조를 이뤄 파업에 미온적인 회원을 주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순간 회의실에 정막이 흐르고 난상토론이 새벽까지 이어졌지만 두 안건은 채택되지 않았다.

 

만약 두 안건이 채택됐다면 포털에 신상이 공개되고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회원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 가정은 불필요하지만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한 임원은 "직능 권익도 좋지만 협회 방침에 비협조적이라고 해서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며 "휴진이나 파업 모두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명분과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휴진에 참여하지 않은 회원의 신상정보를 포털에 올리자는 제안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다"며 "휴진에 부정적인 회원이 있다면 의협 집행부의 설득이 부족해서 아닌가. 사실 파업 이후가 더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노환규 의협 회장이 자신의 직을 걸고 파업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6월 29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선을 약속했다며 포괄수가제(DRG) 관련 파업 계획을 철회한 지 5개여월 만이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7개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계적 휴무에 들어가고, 내달 17일 이후 무기한 전면 휴폐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사회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24일 휴진에는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중 7000곳 이상이 참여했다.[의협 집계 결과] 복지부가 예상한 참여율 10~20% 수준을 훨씬 웃돌았다. 의협 집행부는 내부 결집에 일정 부문 성과를 냈다는 판단이다.

 

의협 집행부는 최근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감옥이라도 가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일각에선 집행부가 회원을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하고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간다는 불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휴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의약분업 때 겪은 따가운 비난 여론이 다시 재현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번 휴진 카드는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현 노환규 집행부는 예전부터 소통을 강조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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