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지혜 품어 난제 해결하는 의료계 되길
2013.01.06 20:00 댓글쓰기

[수첩]계사년(癸巳年) 뱀의 해가 밝은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둘로 갈라진 혀와 징그러운 비늘, 독을 뿜고 있는데다 눈매가 매서운 뱀은 오랫동안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공포의 대상도 자주 접하다보면 친숙해지는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뱀만은 예외가 아닌가 싶다. 위험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막연한 공포를 일으키는 뱀은 서양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들어 교활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동양에서 뱀은 십이지 동물로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을 의미한다. 1000년을 견딘 뱀은 이무기가 되고, 다시 1000년을 견디면 용이 돼 승천한다고 해서 인내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저승 세계에서 뱀은 악인을 응징하는 절대자였고, 또 악을 저지른 사람은 뱀으로 다시 환생한다고 해서 착하게 살아야 하는 당위론의 근거가 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 뱀은 지혜의 신으로 논리학의 상징이 됐다. 현재 서양에서는 의학의 신, 또 치료의 신으로 여겨 세계보건기구, WHO의 깃발엔 뱀이 그려져 있다.

 

이는 아스클레피우스(Asclepius)라는 의사가 가지고 다녔던 지팡이를 형상화했다. 그의 출중한 의술은 죽은 사람을 살려내기에 이르렀고, 삶과 죽음에 관한 고유 권한을 침범당한 제우스(Zeus)의 분노로 죽고 말았다는 그리스신화가 그 기원이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 휘장에도 뱀 그림은 어김없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두 마리 뱀이 휘감고 있는 지팡이의 기원에 대해선 다른 해석이 있다.

 

박애, 봉사, 평화 의미를 가지는 의학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닌 상인의 신이나 연금술사 신인 ‘헤르메스’를 상징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부는 “우라나라에선 의술이 인술이 아닌 상술, 인간의 질병을 담보로 돈을 뜯어내는 산업으로 변질된 지 이미 오래”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뱀이 몇 마리인가는 크게 중요치 않다. 이를 따지기에 앞서 의사 사회에 산적한 과제가 너무나 많다. 그 어느 때보다 뱀의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13년 의료계는 그 어느 해보다 뚜렷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편법에 의존해야만 했던 제도를 탈피, 정상적인 진료가 가능토록 할 것”이라며 정책 변화의 시작을 예고했다.

 

특히 노환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그간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의료제도를 제안하고 이끄는 선도적 역할을 담당, 무리한 정책이 일방적으로 실행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천명, 새 정부와의 갈등도 불사할 것임을 시사했다. 더불어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의사들의 더 큰 사회적 책임과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뱀은 뒤를 보지 않고 앞으로만 나아가는 동물이다. 2013년 의사 사회가 뱀처럼 지혜롭게 전진하길 기대하며, 의료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하는 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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