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대 없이 강행되는 정부 원격의료
2013.11.06 11:09 댓글쓰기

의료계의 원격의료법 반발 기류가 예상보다 훨씬 거세지고 있다. 보건당국의 매끄럽지 못한 추진 과정은 이를 더욱 가열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원격진료 대상은 의학적 위험성이 낮은 재진환자, 상시적인 질병 관리가 필요한 환자,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 등으로 한정했다.

 

또한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급 중심의 원격진료를 추진한다는 골자다.

 

그러나 세계적 수준의 IT 기술 활용과 의료 취약지 문제 완화, 의사-환자 장벽 해소에 따른 의료 접근성 강화와 같은 기대 전망에도 의료계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대진진료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대전제를 바탕으로 오진 발생 위험, 쏠림 현상, 책임 소재, 환자 부담 등의 난제를 들어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우려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의 모임인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원격의료로 대면치료를 대체할 경우 혈압 및 당뇨 데이터 등 전자정보로 환자상태를 파악, 합병증이나 부수질환을 놓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심각한 것은 의료계와 정부 사이의 신뢰 문제다. 관련 입법예고가 미뤄지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폐기되는 등 이미 험로를 경험했던 사례가 있기에 더욱 아쉽다.

 

답보 상태였던 원격의료 사안은 박근혜 정부 들어 급부상했다.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기획재정부와 다르게 복지부는 그동안 여러 사항을 고려해 신중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발전 등 보건의료를 둘러싼 환경 변화를 내세워 원격의료 활용의 필요성을 다시금 수면위로 올렸다.

 

진료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대대적인 변화의 길목 앞에서도 당사자인 의료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떠밀리듯 입법예고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국회 논의는 더 큰 산이다. 일부 여당에서조차 부담감을 느끼고 있으며, 야당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1일 진행된 복지부 종합감사에서도 일방적 추진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고 정책 효과성에 물음표를 달았다.

 

민주당은 “원격의료는 과도한 초기 비용에 실효성, 효율성도 없다”며 “어떻게든 창조경제를 홍보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묶여 의료계의 동의도 없고 국회와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먼저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공식입장을 표명했다.

 

무엇보다 의료계와의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부담감은 입법 추진 및 정책 실현이 목전에 다다를수록 그 무게가 배가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농후하고 관련 단체의 공감대도 얻지 못한 사안을 환자들이 반길 수 있을지는 더욱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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