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전공의 구세주 역할 가능할까
2014.02.07 08:54 댓글쓰기

"비인간적 취급에 대한 강요를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다."

 

전공의들이 마침내 칼을 빼들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병원을 상대로 당직비 소송을 강행할 태세고 더불어 2월부터 수련환경 개선 목소리를 내기 위해 3차례에 걸쳐 집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잠잘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수련환경에 대한 절박함과 이를 개선하겠다던 정부 정책이 ‘유급제도’로 변질된데 따른 항의가 과거에는 생각치 못했던 방식으로 표출된 것이다.


실제 전공의들의 삶은 다소 표현이 과장될지 모르지만 '현대판 노예'나 다름없다.


A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의 “4달 동안 당직을 서고 있다”는 외침과 B 대학병원 전공의의 “잠도 못자고 하루 종일 병원을 뛰어다니다보면 이러다 사고가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은 결코 과다한 업무에 대한 불평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전공의 수련환경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월20일 전공의들이 저가 의사 노동자로 전락한 현실을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을 내놨다는 것이다.


그 전날인 19일 대전협이 3월 3일 예고한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데 따른 환영 성명서 발표를 통해서다. 시기상으로만 본다면 총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전공의들의 결정에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개업의들이 중심이 된 의협에 주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힘과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실제 의료계 내에서 전공의 수련기관에 대한 평가를 시행하는 기관은 대한병원협회가 아닌 독립기관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음에도 현재 의협에는 해당 기관을 대행하거나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심지어 복지부의 '전문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입법예고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시험 위탁기관이 의협에서 대한의학회로 이관될 전망이다.


게다가 그동안 의협은 교수의 눈치를 봐야하는 전공의들을 대변해서 대학병원에 수련환경 개선 목소리를 높여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최근 서울의 유명 대학병원에 파견된 여전공의가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병원과 대립했을 때 의협이 한 일은 무엇인가. 여자의사회와 전공의가 속한 병원의 교수협의회가 성명서를 발표할 때도 의협은 해당병원에 쓴 소리 한 번 내뱉지 않았던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게 무심했던 의협이 전공의들에게 이제는 미래 의사라는 명분 아래 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물론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인 전공의들에게 의료계 이슈에 함께 관심을 갖고 투쟁을 진행하자고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만, 의협 역시 선배로서 후배들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진정성 있게 듣고, 실질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행동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분명 의협에는 이 같은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

 

현재 의협은 대정부 투쟁을 앞두고 복지부와 의료발전협의회 논의를 진행 중이다. 눈여겨 볼 점은 의협이 복지부에 제시한 논의 안건에 원격의료, 의료분야 규제완화와 더불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와 마주앉은 협상 테이블에서 의협이 전공의 수련환경 이슈를 얼마나 비중있게 다룰지 전공의들은 지켜볼 것이다.

 

의협이 이번에 내비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가 단순히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전공의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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