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경쟁 입찰→1원 낙찰 유발?
이영성기자
2014.04.15 17:43 댓글쓰기
보험약가제도개선 협의체를 통해 의견이 모아졌던 ‘저가구매인센티브제 폐지'가 ‘1원 낙찰’을 피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 대체 방안 중 하나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한 실거래가 파악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개경쟁 입찰에 따른 1원 낙찰 사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납품을 놓고 병원과 제약사 간 '갑을관계' 분위기도 풍기는 모습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협의체 논의가 제도 폐지로 귀결된 것은 제약계 입장에서 비정상적인 약가 형성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였다. 정부도 이미 일괄 약가인하와 사용량 연동 약가인하 제도 등 충분한 약가관리시스템이 마련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 제도는 오는 7월 폐지된다. 정부는 대체 안으로 "의약품 사용 관행에 대한 상대지표를 활용해서 의료기관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존 시행됐던 저가구매인센티브제는 의료기관이 약가 할인 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 만큼 인센티브 크기도 한 번에 파악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제약사들에게 저가약 납품을 강요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만 새로 나올 대체 안은 이와 다르다는 게 복지부 측 설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새 방안은 약이 무조건 싸다고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것이 아닌 의약품 사용량 등 다양한 분석 요소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의료기관의 직접적인 제약사 압박 행태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즉, 1원 낙찰을 방지할 수 있다는 얘기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원 낙찰은 약가인하 외 저가구매인센티브제 시행의 다른 이유였던 '유통 투명화' 방안을 통해서도 발생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의약계에는 리베이트 쌍벌제와 급여 삭제, 국공립 의약품 공개경쟁입찰 의무화 등 유통 투명화 기반이 마련돼 있다. 정부는 특히 공개경쟁입찰 등을 통해 의약품 실거래가를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직접적인 1원 낙찰 형성을 피하고자 결국 제도가 폐지되지만 정부가 강화시키겠다는 공개경쟁입찰 때문에 1원 낙찰이 빈번해진다면 다른 보완책이 필요하다.

 

1원 낙찰이 발생한다는 것은 그 만큼 병원 입성을 위한 의약품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가 된다. 공개경쟁입찰의 경우 의약품 가격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결국 저가구매인센티브제 폐지만으로 1원 낙찰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보훈병원 각 진료과 ‘신규의약품 신청 관련 사항’에서 2012년 1원 낙찰 품목 공급을 거부한 제약사들의 ‘신제품’을 제외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의약품 납품 목록 심의 과정을 마치고 오는 7월부터 의약품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이들 회사 ‘신제품 제외’ 조건을 내건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12개 회사는 대부분 지난 2012년 8월 보훈병원 측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 혐의로 신고했던 제약사들로 알려졌다. 당시 병원은 ‘1원 낙찰’ 품목들에 대한 제약사들의 공급 거부로 결국 공정위 신고에 나서게 됐다.

 

보훈병원은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의약품 낙찰이 이뤄진다. 병원 측에 따르면 “우리가 1원 낙찰을 유도한 것이 아닌,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신제품 제외’가 병원 측의 ‘보복성’ 낙찰 정책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일단 공개경쟁입찰의 투명성이 오히려 과도한 납품 경쟁을 낳게 했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1원은 누가봐도 비상식적인 약가다. 이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다른 대체 안이 필요하거나, 제약사들의 치열한 경쟁을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 등이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 낙찰 과정에서의 문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해결되지 않는 경로에 있다. 일단 저가구매인센티브제 폐지로 제약사들에 대한 의료기관의 직접적인 약가 할인 강요가 줄어들 수 있지만 다른 방식으로 1원 낙찰이 유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약시장의 경쟁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 말도 안 되는 낙찰가를 피하기 위해선 제약사들 서로가 조금씩 완급조절을 해나가며 적정 약가를 형성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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