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 달래기식 정책과 PA
2014.05.20 09:56 댓글쓰기

역대 정권마다 어느 분야보다 공들여 정책을 내놓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분야가 있다. 바로 대북정책과 부동산정책이다.

 

이 두 정책의 공통적으로 꼽히는 실패 원인은 ‘일관성 부족’이다. 당장 위협이 되는 북한의 돌발행동, 치솟는 아파트값 앞에서 정부는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북한과 투자자들을 우는 아이에게 사탕 주기식으로 달래 왔기 때문이다 .

 

그런데 최근 2차 의-정합의안으로 불똥이 뛴 ‘PA(Physician assistant)’ 논란을 보고 있으면 현재 정부에는 PA의 정체성에 대한 원칙마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의료법상 의사보조인력인 PA가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PA 간호사가 2000명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이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해왔다.

 

의료현장의 인력부족 때문에 PA 간호사에게 의사업무가 강요되는 상황을 해결해달라는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 등 간호계 주장에 정부는 PA 간호사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다독여왔다.

 

지난해 정부가 ‘간호인력개편안’을 추진하면서 "전문간호사 및 PA 문제는 진료 영역에 관한 부분이므로 별도 논의구조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 간협의 증언이다.

 

이랬던 정부가 3월 10일 의사총파업 이후 사실상 PA 합법화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2차 의-정합의를 발표했다. PA가 의사진료를 수행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위험이 된다는 목소리를 높여온 대한의사협회의 주장 때문이다.

 

실제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의사가 아닌 PA가 직접 환자를 국소마취 및 봉합 수술한 장면을 촬영해 무면허 의료행위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해 온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정은 PA 간호사 합법화를 꾸준히 정부와 이야기해 온 간호계로서는 정부가 파업이라는 의사들의 강수에 손을 든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정부 정책에 파업, 집회 등을 감행한 적 없었던 간협이 간호사와 간호대학생 1만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계획한 것도 이 같은 배신감과 불신 때문이다.

 

집회는 세월호 참사로 취소됐지만, 향후 간호인력개편 등 간호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정부가 간호계의 신뢰를 쉽사리 얻지 못하리란 것은 자명한 일이다.

 

간호계뿐만 아니라 당장 PA를 고용하고 있는 병원계 역시 들쭉날쭉한 정부 정책방향에 당황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정부가 대체인력 확보 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PA 합법화 논의가 중단됨에 따라 병원으로서는 대체인력을 확보할 길이 사실상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PA 합법화 문제는 섣불리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이해당사자 참여 및 국민건강이라는 거시적 담론 아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제는 PA 논란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니고, 수 년 전부터 의료계에서 꾸준히 논란을 빚어왔는데도 도통 정부가 세운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 “경력 있는 PA간호사가 웬만한 의사보다 봉합을 잘 한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정부가 한 일은 과연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원칙을 세워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언제까지 정부는 의사, 간호사, 병원 등이 울음을 터트릴 때마다 다독이는데 급급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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