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자율성과 대학재단
2014.05.26 16:12 댓글쓰기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제도 부활 이후 지역민의 관심과 능동적인 의견수렴, 역동적인 일 처리 등으로 지역마다 특색을 살린 비약적 도약을 이루고 있다.


민주적 사회구성을 위한 발전적 측면이 부각되면서 지방자치제도는 한국 정치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정도의 발전을 이룬 선택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제도를 구성하고 있는 곳이 대학 내 의과대학이다. 의과대학은 교육과 임상연구 등을 이유로 부속병원을 운영하면서 타 단과대학과 달리 자율성과 독립성 등을 보장 받는다.


그 중에서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유독 독립성이 강하다. 대표적인 예가 교수투표에 의한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선출이다.


하지만 최근 연세대학재단에서 이런 자치제도를 인정하지 않고 의료원의 수장을 낙점하겠다고 밝혀 재단과 의대교수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학교재단은 이사회를 통해 “교무위원 임명 과정에서 구성원에 의한 직·간접 선거, 투표, 또는 이와 유사한 행위 등은 일절 실시하지 않는다. 이에 반하는 경우 이사회는 해당 보직 임명 동의에 승인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다.


회의내용이 공개되자 의대교수들은 "재단 이사회에 종속되지 않겠다"며 자율권 확보를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 급기야 지난 21일 의대와 치대, 간호대 교수 400여 명이 모여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 비상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들 교수는 “의료원장 선거 금지 통보는 명백한 세브란스병원의 자율권을 위배한 것이며 연간 2조원에 육박하는 세브란스의 현금을 노린 이사회의 독재 마피아”라고 맹비난했다.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 비대위는 "재단의 낙점인사를 인정하지 않고, 보직자 전원 사퇴와 피켓시위 등을 전개하며 예정대로 6월 18일 투표를 진행한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따라서 교수투표에 의해 선출된 의료원장과 총장이 낙점하는 의료원장, 두 명의 의료원장이 공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예고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1957년 연희대학교와 세브란스대학이 합병해 설립된 학교로 연세의대는 대학 내 하나의 단과대학이 아닌 대학본부와 동등한 위치와 자격을 갖는다.

 

합병된 이후에도 재무구조가 사실상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고 정관에도 재무구조를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의대 한 교수는 “그동안 자율적으로 운영해왔던 의료원을 재단이 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교수들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재단 결정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재단이 끝까지 의료원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의대 전체 교수 사퇴서 제출이나 전 보직자 사퇴, 동창회 분리 등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변화는 늘 저항을 수반한다. 중요한 문제는 변화의 논리다. 하지만 재단은 의대교수들의 선거가 왜 불필요한지 설명과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 일방향적 통보인 셈이다.


국내 의과대학 중 가장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다던 연세의대가 불통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금 연세의대에 필요한 것은 헤게모니 전쟁이 아닌 솔직한 '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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