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콘텐츠산업과 한국 의료기기산업
2014.08.17 23:53 댓글쓰기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극장가에서 우리나라 영화 열풍이 뜨겁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은 최단기 1000만명 관객 돌파를 이루며 영화계의 신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이번 달 중으로는 ‘해적’, ‘해무’ 등 또 다른 기대작들이 관객들을 맞을 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나라 영화의 선전(善戰)은 기정사실화돼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990년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천문학적인 자본과 탄탄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영화계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펼쳐졌다. 1967년부터 시행된 ‘스크린쿼터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2006년 연간 의무상영 일수를 기존 대비 5분의 1 수준인 73일로 낮추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자, 유명 영화배우들이 거리에 나와 반대 시위를 할 정도였다.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영화사 관계자 및 배우들의 수많은 시행착오와 투자 실패, 끊임없는 노력이 하나로 어우러져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문화 콘텐츠산업 관련 육성 정책이 뒷받침되면서 영화를 비롯한 드라마,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한류(韓流) 열풍이 불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직후 의료 관련 분야를 미래지향적인 산업으로 분류하고,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이제 문화 콘텐츠 산업의 성공적 사례를 의료기기 산업에 접목시킬 시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열악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대다수인 관계로 외국 기업과 투자 규모에서 현격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존슨앤존슨의 2012년 R&D 투자금은 16억8000만달러(1조74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의료기기 제조업체 414곳 투자금의 총 합계 비용이 3395억원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6월 메드트로닉의 코비디엔 인수합병설이 불거졌다. 인수비용은 무려 44조원. 초대형 의료기기 업체의 탄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친(親) 의료 관련 정책 장려와 업계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벌어진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소위 글로벌 업체로 분류되는 기업 간에도 치열한 인수합병전이 펼쳐지고 있는데 국내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며 “삼성조차도 의료기기 분야에 대한 투자는 소극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라고 귀띔했다.

 

의료계 정서에 반하는 각종 정책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의료계의 침체가 장기화된다면 그 피해를 결국 의료기기 업계와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B사 관계자는 “대형병원조차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으니 개원가 사정은 오죽하겠는가”라며 “투자 없이는 성장도 없다. 그러나 작금의 국내 의료계 정책 변화 기조는 투자를 할 만한 여건이 전혀 보장돼 있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C사 관계자는 “국내 의료진에게 먼저 인정을 받아야 성공적인 해외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최근 의료진의 장비 구매에 대한 관심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어서 빨리 의료계 상황이 호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과거 신수종산업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이 분류됐다면 이제 의료기기 산업이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지 오래다. ‘2020년 의료기기 세계 7대 강국 진입’ 목표를 외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은 현재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심도있게 분석해봐야 할 시점이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