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 구타 예방 굿닥터 절실'
김민수기자
2014.09.03 12:45 댓글쓰기

병영 내 구타·가혹 행위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GOP 총기 난사 사건을 시작으로 故 윤 일병 구타 사건, 연천 관심병사 탈영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저하될 대로 저하된 상태다.

 

심지어 “스트레스를 참으면 윤 일병처럼 되고, 대외적으로 표출하면 총기 난사로 이어지는데 누가 자식을 군대에 보내고 싶겠는가”라는 어느 한 부모의 절박함이 담긴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흔히들 군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폐쇄적인 문화’를 꼽는다. 자유분방한 20대의 성향을 배려하지 않고, 조직에 귀속시킴으로써 극단적인 사고가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물론 설득력 있는 분석이지만, 보다 큰 원인은 체계적인 선발 및 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여실히 증명된다.

 

연도별 군 병원 정신과 진료건수는 2009년 3만253건, 2010년 3만2333건, 2011년 3만3067건, 2012년 3만6111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신과 진료를 할 수 있는 군의관은 육군 34명, 해군 13명, 공군 8명 등 전체 85명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군의관 1명 당 무려 450건 이상의 진료를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무기간 동안 제대로 된 진료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군의관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군인들 스스로도 민간병원을 선호한다. 과연 민간병원보다 군대병원을 신뢰하는 군인이 있을지 의문이다.

 

선발 과정은 더욱 문제다. 징병에 있어 신체검사, 정신분석 등을 실시하게 되는데 ‘수박 겉핥기 식’의 검사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설문이나 간단한 질의 응답을 통해 징병 대상자의 이상 유무를 점거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해외파병 선발 및 관리 시스템을 한국 군대에 적용하면 될 것으로 본다.

 

지난 2005년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간 이라크 자이툰 부대 복무 경험을 비춰보면 한국에 있을 때와 전혀 차원이 다른 선발, 관리, 의료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우선 선발과정에서 엄격한 정신질환 이상 유무를 점검받게 된다. 지원 대상자별로 심도 있는 개별면담이 이뤄지고, 설문문항도 훨씬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또한 파병 이후 사단 내 소대별로 의료진이 있으며, 몸 상태에 이상이 있을 경우 언제든 자유롭게 진료 요청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일부 부대에서는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군인이 의무병을 맡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문 인력이 풍부한 결과, 진료 수준은 높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파병에 따른 각종 혜택을 제공하다 보니 군의관들이 한국보다 진료에 더욱 충실하게 임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폐쇄적인 군대 문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기에는 해외파병과 비교했을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파병지에서는 6개월 동안 외출, 외박, 휴가가 없으므로 더욱 폐쇄적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24시간 총기와 실탄을 휴대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사건·사고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단순한 오발 사고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정신적 스트레스 관리 및 부대 운영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불미스러운 군대 내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선발 시스템 도입 ▲군의관 인력 확충 및 인센티브 제공 ▲진료 수준 제고를 위한 군 병원 시설 개선 등 총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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