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 발전 위한 MD-Ph.D 화학적 결합
2014.10.01 11:16 댓글쓰기

현장 중심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MD-Ph.D 간 소통의 장(場)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을 ‘병원-기업 상시연계형 의료기기 개발 플랫폼 구축지’로 선정했다.

 

이들 3개 병원은 향후 5년 간 각각 총 50억원을 지원 받아 MD, Ph.d가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마련하고, 인프라를 지원하게 된다.

 

임상 현장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는 의료기기 개발을 통해 의료기기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게 목적이다.

 

이번 사업은 의료기기 개발 난항의 주원인으로 꼽혔던 기업-병원 간 소통 부재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책임자 중 한 명인 고대안암병원 A 교수는 "임상현장에서 MD와 Ph.D가 함께 아이디어 회의부터 연구, 개발에 이르기까지 상호 소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며 "현장 중심적, 개방적인 R&D 네트워크를 통한 쌍방향 소통 구조는 환자 중심 가치 창출 R&D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물리적 공간이 MD-Ph.D 간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낼 지는 미지수다. 가치관이 다른 두 주체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B 교수는 “의사와 공학자는 기본적으로 구사하는 언어 자체가 달라 소통이 힘들다”면서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의사와, 디지털을 추구하는 공학자 간 차이를 극복하고 소통의 간극을 메우기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가령 버튼 하나를 배치할 때도 의사는 자주 쓰는 기능을 한 데 모아 두기를 원하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개발자로선 주 기능 버튼 주변에 비싼 기능을 배치하는 식이다.

 

세브란스병원 C 교수는 “의료기기 개발에 참여해 보면 의사가 내놓는 아이디어는 공학자가 볼 때는 실현 불가능하고, 공학자가 고안한 아이디어는 의사 입장에서 실용성이 없어 개발 과정에서 충돌이 자주 발생한다”고 전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사고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병원 의사들은 늘 ‘3분 진료’에 허덕일 정도로 바쁘다.

 

서울대병원 D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의사들은 하루 꼬박 쉬지 않고 환자를 진료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그래서 연구를 하고 싶어도 외래, 교육을 끝내고 나면 남는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사의 언멧 니즈(unmet needs)를 충족시킬 수 있는 현장중심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의사가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의료기기 개발 성공은 ‘기적’(Miracle)에 비유될 정도로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다. 프로젝트가 중간에 실패하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연구 팀 간 끈끈한 팀웍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물리적 공간은 마련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MD와 Ph.D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다. 힘들지만 작은 부분에서 하나씩 매듭을 풀고 더불어 인식 전환과 사고 혁신이 이뤄지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