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 터져버린 무대책 인턴 수련교육
2014.11.19 17:35 댓글쓰기

"곪을 대로 곪았던 게 터졌다." 서울 한 대학병원 인턴들이 특정 진료과목의 근무를 피하기 위해 일정을 사고 판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인턴 근무 암거래’였다.

비정상적인 이 문제는 그동안 그들의 세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비단 이번 사건이 불거진 병원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강원도 모 대학병원 내과 전공의들은 병원 측에 열악한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해오다 뾰족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자 결국 ‘파업’을 택했다. 일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병원이 진화에 나서며 파업은 5일만에 일단락됐다.

이와 유사한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또 일어났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전공의가 후배 여자 인턴에게 폭언·폭행을 휘두른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모두 전공의 수련환경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단면이자, 우리 의료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문제들이다. 하지만 오래된 고름이 터진 것은 외려 다행이다.

수련 과정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미래 의료인이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수련의 질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 질로 귀결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대한의학회와 대한의과대학/의전원학생협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인턴제 폐지 후 임상실습 교육 강화와 전공의 수련환경 변화 등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추후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보건복지부와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A대학병원 K교수는 “국내 수련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데 모두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과 학생의 이해관계는 엄연히 다르다”며 “양측이 문제를 푸는 데 현실적으로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은 최근 시행되고 있는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 상한제’ 논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7월 전공의가 주당 80시간을 초과근무할 수 없다는 내용 등의 수련환경 개선안이 나왔고, 복지부는 각 수련병원에 개정안에 따른 수련현황표를 작성해 보고하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련병원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이 대부분 거짓"이라고 밝혔다.

대전협이 전공의 16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련현황표가 실제 근무시간과 일치한다는 보고는 23.9%에 그쳤다.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 작성하라는 압력을 받았다는 비율은 44.5%에 달했다.

정부의 수련환경 개선책이 실효성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임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의료의 질을 높이고 훌륭한 의료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라도 병원, 정부, 국회는 수련 체계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오래된 고름을 놔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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