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모르는 의사들만의 외침
김민수기자
2015.10.28 12:51 댓글쓰기

지난 10월24일 오후 2시. 등록시간까지는 아직 1시간 여유가 있었다. 대한의사협회 직원들만 간간히 모습을 보였을 뿐 행사장은 고요했다.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 궐기대회’ 현수막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시 45분. 한 무리의 의대생들이 몰려왔다. 앞자리에 앉기 거북했는지 뒷자리부터 채우기 시작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도 있었다. 여전히 약 300석 규모 좌석은 빈 곳이 더 많았다.

 

3시 15분. ‘참석률이 너무 저조한 것 아닌가’라는 우려감이 들 무렵 조금씩 행사장에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이 때까지 참여율은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라는 타이틀과 위상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후 25분정도 지나 좌석은 만석이 됐다. 행사장 입구 및 좌우 공간에는 자리가 없어 서 있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오후 6시 행사 종료까지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참석률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杞憂)였다.

 

지난 24일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대표자궐기대회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약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해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반대를 비롯한 보건의료 관련 각종 규제기요틴 철폐를 외쳤다.

 

식전행사 발제자로 참여한 충북의대 한정호 교수는 한의사를 ‘초능력자’에 비유하며, 한의학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는 지적이 곁들여졌다.

 

이어 의협 추무진 회장과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 현병기 위원장은 “불법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의료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기요틴 정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대회사를 통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참가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호를 외친 시도의사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연대사 낭독은 이번 궐기대회의 백미였다. 우렁찬 박수와 함성으로 행사장은 용광로와 같은 열기에 휩싸였다.

 

이처럼 이번 궐기대회는 의협 내부 단합적인 측면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거뒀다.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철폐에 대한 추무진 집행부의 단호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의료계 위상과 세(勢)를 과시하려는 목표 달성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의협 강당에서 개최하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의협 회관 앞에 한의사 의료기기 부작용을 지적하는 판넬을 전시했으나, 궐기대회 참가자들은 의료인이기 때문에 이미 다 아는 내용이었다.

 

특히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대다수 참가자들은 어깨에 띠를 두르고, 보건의료 규제기요틴 철폐를 외쳤다. 궐기대회 장소인 의협 대강당 내에 힘찬 구호가 울려퍼졌으나, 국민들 중 이번 궐기대회 외침을 실제로 들은 이는 과연 누가 있을까.

 

당국이 이번 궐기대회에 어느 정도 관심을 보였을지도 의문이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전체 프로그램이 구성됐으나, 의료계 내부의 ‘공허한 외침’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짙다.

 

지난 2013년 12월 여의도에서 열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의사궐기대회’와 비교했을 때 이번 행사의 대외적인 홍보 효과는 상당히 미흡할 수 밖에 없다.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반대, 원격의료 철폐 등 현재 의협이 주장하고 있는 각종 사안들은 우호적인 국민 공감대가 반드시 뒷받침 돼야 한다. 여기에 제도 개선 측면에서 국회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의사 국회의원이 예전보다 늘어났지만 여전히 많은 여야 의원들이 한의협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녹록치 않다.

 

의협 범의료계비상대책위원회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정부 규제기요틴 정책을 폐기하기 위해 전면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이번 궐기대회가 '그들만의 외침'이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든건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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