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책 대내외 소통 부족 느껴지는 의료계
정숙경 기자
2017.07.03 05:00 댓글쓰기

[수첩]거리가 멀면 신속하고 원활한 대화를 하기 어려워진다. 쉽게 만나지 못하면 혼자 또는 극소수만 불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모든 사안을 다 꿰뚫어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훨씬 더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정책 결정에 휩쓸리기 쉬워진다.
 

의료계와 정부는 사안마다 어째서 그토록 거부감을 표출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것인가.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진단서 수수료 상한을 두고 또 한 번 잡음이 일고 있다. 이제는 익숙해지기까지 한 광경이다.
 

보건복지부는 6월 30일 ‘요양급여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을 개정, 발표했다. 검체 및 영상검사 인하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내과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일부 궤도 수정되면서 일단락됐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상대가치점수 개편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자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울분을 토했다.
 

물론 검체검사 거부라는 극단적 상황은 초래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긴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복지부는 “어려운 개원가 사정을 반영했다”고 했지만 결론만 놓고 보면 진작에 이런 사정을 반영된 고시가 나왔어야 했다.
 

이미 지난 10여 년간 진료비 파이를 보면 20%대 후반대였던 의원급 진료비 점유율이 점진적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20% 문턱 아래로 떨어지면서 일차의료 붕괴라는 위기감이 지금 개원가에선 팽배하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상급종합병원 등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하는 목소리는 담기 힘든 구조”라며 “상대가치위원회에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참여는 하고 있지만 의결권조차 없다”고 성토했다.
 

애시당초 의원급 의료기관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어쩌면 현재 상대가치연구단과 상대가치위원회 구성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도 개원 의사들 사이에서는 “대학병원 교수들이 주축이 될 뿐, 우리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
 

정서적 반감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밑바닥에는 정부 정책 노선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진단서 수수료 상한선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고시를 두고서도 의료계와 정부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 복지부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협상 실패를 부추기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의협 집행부가 이미 진단서 수수료 상한선과 관련해서는 수 차례 논의를 해놓고 이제와 딴 소리를 한다”는 것이다.
 

의협의 의사소통 부재를 지적하며 의료계가 스스로 변화된 시대에 맞게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복지부만 바라보면서 ‘젖 달라 울부짖는다’고 무능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회원들의 정서와 괴리된 채 당장의 과제에만 집착한 것 아니냐는 의료계 내부의 비판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이유다.
 

의료계 내 고위 인사는 “이미 올해 초부터 제증명 수수료 고시에 대해 언급이 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무리한 고시 제정안을 발표하기까지 회원들로부터 ‘의협은 무엇을 했느냐’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일반적으로 "내 탓 없는 문제는 없다"는 말이 있다. 그것이 민심을 읽어낼 능력의 부족이든, 전략이나 교섭력의 부재이든 간에 뼈아프게 내 탓을 인정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질 수 있다.
 

공자는 “현명한 사람은 모든 것을 자신의 내부에서 찾고,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것을 타인들 속에서 찾는다”고 했다. 누구든 고개를 끄덕거릴 진리이지만 실천은 어려워 보인다. 의료계도 대내외 사안을 놓고 봤을 때 한번 쯤 되새겨볼 경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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