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도 개념 불명확 '일차의료-일차진료'
윤영채 기자
2017.07.14 05:52 댓글쓰기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일차의료 활성화가 동네의원 살리기라는 개념과 동일시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가 주최한 ‘국민건강을 위한 일차의료와 의학교육 정책포럼’에서 나온 발언이다.
 

실제 이번 간담회에서는 ‘일차의료’ 개념을 두고 일부 교수들 사이에서 설왕설래,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교수가 “이미 대학병원에서 당뇨병, 고혈압 환자 등을 충분히 볼 수 있다. 개원가 실습의 필요성이 있을까”하고 의문을 제기하자 또 다른 교수는 “지금 ‘일차의료’와 ‘일차진료’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일차의료와 의학교육 정책에 대해 정확한 논의가 필요한 자리임에도 여전히 ‘일차의료’에 대해 명확한 정의가 형성되지 못한 것이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차의료 정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차의료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않고는 의사 소통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차의료’는 의료가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맨 처음 의료인력과 접촉할 때 제공되는 기본적이고 일반적인 의료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이 후 1978년 구(舊) 소련의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 유지를 위해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 진단, 치료를 통해 사회적 재활이 가능토록 하는 영역까지 일차의료 개념이 확장됐다.
 

‘일차진료’와 비교해 ‘일차의료’는 건강 증진을 위한 질병의 조기 진단 등 ‘예방적 관점’이 강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차의료가 일차진료 개념으로 이해되거나 동네의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서비스라는 애매모호한 관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골자로 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은 국내 의료 환경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숙원 과제’다.
 

지난 ‘장미대선’에서도 대선 후보들은 ‘일차의료 활성화’를 외치며 관련된 공약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차의료 살리기에 중점을 둔 보건의료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도 일차의료 활성화에 관한 의료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TF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입지가 좁아지는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 이처럼 다양한 정책이 준비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차의료 활성화’를 ‘동네의원 살리기’로 이해하는 등 그에 따른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환자와 제일 먼저 접촉해 지속성을 바탕으로 예방, 치료 및 재활 등의 통합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차의료’는 매우 중요하다.
 

그간 의대 교육, 관련 정책 등에서 소외받아 왔던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차의료’에 대한 명확한 개념 확립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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