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상' 주장 다국적제약사의 자가당착
백성주기자
2017.07.27 13:02 댓글쓰기

[수첩]다국적 제약사들이 약가인상의 근거로 제시했던 ‘다른 국가와의 약가비교 연구’가 오히려 이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배포된 자료 중 일부 내용은 결국 ‘제약사도 결국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주위의 목소리도 들린다.


최근 다시 부각된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의 ‘제약산업발전과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낮은 한국의 약가수준을 설명했다.


11개국 특허의약품 가격을 조사한 KRPIA는 “한국 약가는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아시아지역 평균 약가에 비해서도 20% 가량 저렴하다는 것이다.


근거로 제시된 표에서 한국은 평균(100%)의 81%정도 약가를 지불했다. 태국, 필리핀 등은 각각 109%, 129%로 평균보다 높은 가격을 떠안았다.


이들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은 5500달러, 3000달러로 우리나라(약 2만7000달러)의 5분의1, 9분의1 수준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다른 의미의 해석이 가능하다.


최소 5배, 10배의 높은 가격으로 같은 약을 구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국가의 소득수준보다는 강력한 협상력이 약가를 좌우하고 있다는 것이다.


‘GDP에 대한 의약품 지출액 비율의 OECD 국가간 비교’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처방약 약제비 지출은 OECD 국가의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를 두고 KRPIA는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약가로 더 지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당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덴마크, 룩셈부르크, 노르웨이 등 유럽의 선진국가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의약품비를 지불했다.


반면 OECD 중 우리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낮은 체코,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등은 GDP대비 약제비 지출 비율이 높았다.


우리보다 잘사는 국가 중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등도 의약품 지출 비율이 더 높았지만 이들 국가는 글로벌 제약사를 한 곳 이상 가지고 있는 국가였다.


다국적 제약사 대부분은 “개발도상국, 저소득국가의 신약 접근성을 위해 노력한다”며 인류의 질병퇴치에 공헌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치들은 이런 주장과는 배치되는 결과다.


환자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통해 이들 국가의 질병퇴치에 공헌하고, 인류건강 증진에 앞장선다는 발표와는 거리가 멀다.


제약계 관계자는 “각 국가에 공급되는 정확한 약의 가격은 해당 제약사만이 알고 있다”면서 “이 자료는 결국 경제력보다는 협상력이나 이해에 따라 약가가 결정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건강보험공단의 강력한 억제력으로 약값을 포함 우리나라 의료비는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정당(?)한 약가를 받기 위해선 체계적인 논리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라도 자승자박(自繩自縛)의 우(愚)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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