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는 의사들, 시각 다른 국민들
김진수 기자
2017.08.22 05:53 댓글쓰기

[수첩]의료계에 연일 심상찮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발표 이후 험악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는 상황이다.

일명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정책에 대한 비난 성명이 줄을 잇고, 추무진 회장을 비롯한 대한의사협회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의료계에는 비급여 전면 급여화를 비롯해 제증명수수료 상한제,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개정, 한의 물리치료 급여화 등 민감한 현안이 잇따랐다.
 

의사들은 이런 불합리한 정책이 시행되면 피해는 결국 국민들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늘 그러했듯 이 대목에서 '밥그릇 싸움'으로의 치부를 경계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 것 처럼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정책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사들 주장은 일반적인 국민들의 요구와는 다소 괴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병원 원무과에서 “종이 한 장이 뭐 이렇게 비싸냐”는 말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 있다. 그동안 증명서의 비싼 가격으로 인해 불만을 갖고 있던 국민들에게 제증명수수료 상한제는 의사들 입장과는 다른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또한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에 대해 국민들 입장에서는 현재 보건소장이 의사가 아니어도 잘 운영돼 왔는데 굳이 의사가 보건소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의사들의 비판이나 반발이 대의명분이나 국민건강 제고가 아닌 단순히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한 이유다.

대한개원의협의회가 제증명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밝힌 ‘22년 전 정부가 기준을 정해놓고 이제야 상한액을 지정하는 게 직무유기였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는 지적 역시 과연 국민들이나 언론이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히려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파악, 개선에 나서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무작정 비난하는 의사단체들에게 오히려 손가락질 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사들의 대응을 국민들은 좋아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의협을 비롯한 의사들의 목소리가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지는 모습이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료계 주장처럼 국민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이익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권이 훼손되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다.
 

의사단체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권 수호’라는 대의를 위한 것이었다면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난을 감수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당연히 의사가 해야 한다”는 ‘당위성’만 앞세우며 타 직역을 배제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앞으로 의협은 비급여 전면 급여화의 구체적인 정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의사단체들은 성급하게 투쟁 논리에 기반한 대응에 나서기보다는 구체적인 자료와 데이터를 마련, 논리적으로 접근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밥그릇 싸움’이라는 비판을 면하고 직역 간 갈등으로 치부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헌법 제34조에는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앞으로도 국가는 국민 건강권 수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비급여 전면 급여화 뿐 아니라 어떤 정책이든 내 놓을 수 있다.
 

이런 정책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으로 반박·개정·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은 결국 의사들 몫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많은 경험을 토대로 이번 대응이 단순히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대처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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