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조직력으로 문재인케어 극복 가능할까
정승원 기자
2017.09.26 09:47 댓글쓰기

[수첩]대한의사협회가 그야말로 위기다. 발단은 일명 문재인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향후 5년 간 3800여개의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의료계는 술렁였다. 사실 의료계는 대통령 발표 이전 해당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의 엠바고 자료를 통해서였다.


분열은 여기서부터 야기됐다. 각과 개원의사회들은 대통령 발표 이전부터 문재인케어에 반발하는 성명을 냈다. 발표 이전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보도되지 않았다.


이에 각 의사회는 “의협이 정부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문재인케어 발표 후 의협은 “전면적 급여화가 아닌 단계적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일부 의사단체들은 다시 들끓었다.


의협이 ‘전면 반대’가 아닌 의견을 내면서 문재인케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전국의사총연합, 대한평의사회 등을 중심으로 한 비상회의가 광화문에서 반대 시위를 펼쳤다.


추무진 회장 불신임 얘기도 이 때쯤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비상회의 최대집 공동대표는 “의협 집행부가 정부와 협상을 통해 병·의원 수익이나 올려주겠다고 하면 불신임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회장 불신임에 대한 논의가 나오면서 의료계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다.


의협의 불참 결정이 내려진 결의대회에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대의원회 임수흠 의장과 의료정책연구소 이용민 소장이 참여하면서 내부적으로도 분열 모습을 보였다.


문케어 대응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임시대의원총회가 개최됐지만 가장 관심사는 회장의 불신임안 통과 여부였다. 불신임안은 재적 대의원 232명 중 18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6명, 반대 76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불신임안이 부결됐지만 의료계는 내년 초 회장 선거까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불신임안 투표에서 찬성이 반대표보다 많았고, 비대위에 투쟁 권한을 부여하자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했다. 지금 문재인케어에 대응하는 의료계 모습이 딱 그 형국이 아닌가 싶다. 협상과 투쟁에 대한 노선을 정하지 못하고, 혼란의 틈을 타 대권을 노리는 세력도 보인다.


대의원회는 문재인케어에 대응하는 비대위를 이 달말까지 구성키로 했다. 하지만 비대위에서도 지금까지의 모습만 반복한다면 문재인케어에 제대로 대응하기는 요원하다. 방향이 그야말로 제 각각인 말의 성찬만 있을 뿐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물을 얻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절박함에 기반한 의료계의 단합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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