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 횡령사건 오스템과 올 1분기 최대실적
구교윤기자
2022.05.02 12:0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수첩] 임인년(壬寅年) 새해 벽두부터 증권가를 발칵 뒤집는 사건이 일어났다. 오스템임플란트 자금 관리 재무팀장 이모씨가 2215억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아마 새 출발을 위해 기지개를 펴던 검은 호랑이도 두 눈이 휘둥그레져 경악을 금치 못했을 테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사건은 상장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역대급 규모였다. 그렇다 보니 계양전기, 엘지유플러스 등 줄줄이 이어지는 횡령 범죄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보이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됐다.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 범죄로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사유가 발생했고, 1월 3일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국내 1위, 세계 4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재무팀장 이모씨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9개월 간 회사 자금 계좌에 들어있던 2215억원을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옮기며 돈을 빼갔다. 그는 횡령금으로 총 42개 종목에 주식 투자를 했다가 762억원을 손실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업계에서는 최규옥 회장 등 경영진 개입 의혹이 쏟아지기 시작했으나 경찰 수사 결과 이씨 단독 범행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씨 배우자 등 가족들도 금괴를 은닉하는 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던 중 이씨 아버지는 극단적 선택으로 지난 1월 11일 숨진 채 발견되며 또 다른 안타까운 사건을 낳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주식 거래 정지로 날벼락은 맞은 건 4만 명이 넘는 개미군단이었다.

믿고 있던 회사가 졸지에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자 주주들은 회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상황에 처한 신라젠, 코오롱티슈진도 운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주들은 4개월 넘도록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행히 거래소는 27일 오스템임플란트 상장 유지, 거래 재개를 결정하면서 회생에 성공했다. 앞서 진행된 적격성 심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며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으나 결론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기심위는 이날 “오스템임플란트 사외이사 과반수 선임, 감사위원회 설치, 내부회계관리제도 개선 등 계획을 확인해 상장 유지를 결정했다”며 상장유지 결정 사유를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재개에 성공하면서 업계에선 다양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건 횡령 사건을 호재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홍보 효과다. 임플란트 업체가 치과의사 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를 '환자'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오스템임플란트는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데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평가다.

실제 '최악의 홍보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홍보'라는 학계 정론으로 비춰보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이를 방증하듯 오스템임플란트는 올 1분기 잠정 매출 2341억원, 잠정 영업이익 51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6.5%, 영업이익은 100.5% 오른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회사는 기세를 몰아 올해 매출 1조원 클럽에 합류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무엇보다 횡령 사건이 발생한 1월 이후 한국 증시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거래 정지가 주가를 방어하는 수단이 됐다는 분석이다.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횡령을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는 모습을 보면 실상 큰 피해도 없는 듯하다.

문제는 결국 소액주주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믿고 투자했던 4만 개미군단은 롤러코스터 장세에서 당분간 가시밭길이 불가피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 개미들만 눈물을 훔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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