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남권에서 18년간 지역 산모들 출산을 책임져온 병원이 분만 진료를 종료한다.

지역 출산 현장을 지탱하던 병원이 핵심 기능을 중단하면서 분만 인프라 붕괴 우려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예담산부인과는 최근 산모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오는 12월 19일부터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등 분만 진료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병원은 입장문에서 “우리 병원은 2007년 개원 이후 관저동·가수원동·진잠동 등 지역 분만을 18년간 담당해왔다”며 “하지만 수년 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해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48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출산율 속에서도 지역 분만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이제는 24시간 분만 의료진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담담한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병원은 “분만은 올해 12월 19일 종료되지만 이후 산전·산후 외래 진료는 유지할 예정”이라며 “출산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연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담산부인과는 12월 28일부터 2026년 3월 2일까지 병원 점검 및 내부 공사로 휴진한 뒤, 2026년 3월 3일부터 외래 진료를 재개할 계획이다.

갑작스런 분만 종료 소식은 지역 주민들도 술렁이고 있다.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이용자는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안심했는데, 갑자기 다른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응급 상황이 생기면 이송이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유지보다 포기 늘어…현장선 수년째 경고음

예담산부인과 분만 중단은 저출산과 필수의료 인력난이 현장에서 직접 드러난 사례로 분석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4년) 산부인과 의원 수는 1311개에서 1321개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이 가운데서 분만 진료를 중단하는 곳은 늘어나는 추세다.

의료계에서는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위험을 해소하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에서 분만 의사가 기소된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계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분만 과정은 불가항력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는 영역임에도 결과만을 근거로 의사를 형사 책임자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와 지역 분만 인프라 붕괴가 가속될 수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협회는 특히 일본 사례를 언급하며 “일본은 산과 보상제도 도입을 통해 불가항력적 손상에 대한 국가 보상 체계를 마련했다”며 “한국도 유사한 제도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