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진 의협회장 선거…검증·비판 가열
합동설명회서 대의원회 개혁·회원정보 유출 등 민감한 질문 제기
2014.06.09 20:00 댓글쓰기

"박종훈 후보는 1년 후면 대학에 돌아갈 것이라면서 도대체 이번 선거에 왜 나왔나." "추무진 후보는 결정적 순간에는 회피성 발언을 많이 하는 것을 알고 있나." "유태욱 후보는 개원 경험이 많다고 하는데 대통합을 대체 어떻게 이뤄나가겠다는 것인가."

 

대한의사협회 제38대 회장 보궐선거가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9일 경기도의사회가 주관한 합동설명회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본격적으로 선거운동 국면에 접어들자 캠프 간 비방, 이에 따른 고소·고발은 물론 설명회 자리에서는 후보자 검증과 비난이 동시에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회원정보 유출 의혹 등 고개드는 '네거티브'

 

사실 합동설명회 직후 20여분 간은 각 후보별 정견발표와 공통 질의응답 시간으로 다소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내 후보자 상호 질문이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우선, 유태욱 후보[기호 1번. 사진 左]는 추무진 후보에 "최근 노환규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한 윤창겸 전 경기도의사회장이 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무차별로 살포했다"면서 "회원 수 만 명의 DB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고 대답을 촉구했다.

 

그러자 추 후보는 "선관위로부터 공식 질의가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면서 "10일까지 캠프 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확실히 답변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의협 집행부에서 정보가 나온 것은 아님을 명확히 하고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유태욱 후보는 박종훈 후보에게 "11만 의사를 대표하는 의협 회장직은 굉장한 책임성이 주어지는 무거운 자리"라면서 "그러나 박 후보는 1년 만하고 대학으로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진료하고 논문을 쓸 사람이 왜 의협 회장이라는 감투가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박 후보는 "1년 후 돌아가겠다는 발언은 스스로의 다짐과 같다"며 "만약 1년 이후 연임을 생각한다면 이번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무책임한 발언이 아니라 배수진을 치고서 그 어떤 것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선거가 시간이 흐르면서 다소 과열되는 조짐이 보인다"면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가 돌고 있는가 하면 특히 현재 추무진 후보의 고문을 맡고 있는 노환규 전 회장의 경우, 여전히 SNS를 통해 본인을 겨냥해 흑색선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정부 투쟁 의지·원격의료 방향성 등 '설전'

 

방청 질의가 쏟아지자 각 후보와 회원들 간 분위기는 순식간에 과열됐다.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며 특히 일부 후보들은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과 대의원회 개혁에 대한 방향성을 문제삼는 회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한 회원이 박종훈 후보의 과거 원격의료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연출됐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교수로서 본 당시 원격의료 모델은 철저하게 개원가 중심이었고 일본에서도 완전히 실패했던 것이었다"며 "하지만 경증질환 제한이 아니라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스럽다는 뜻으로 이미 수차례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성남시의사회 소속이라고 밝힌 또 다른 회원은 "감옥에 갈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다소 자극적인 질문으로 후보들의 의중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어려운 의료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협력하면 잘 될 것이라 하는데 이제는 파업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며 "전임 회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도 감옥에 갈 각오로 투쟁해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럼에도 노 전 회장은 감옥에 갈만하면 직전에 결정을 슬그머니 바꿨다"면서 "후보들은 감옥에 갈 각오가 돼 있나, 그렇지 않으면 파업을 하지 않고도 혜안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 유태욱 후보는 "감옥 가겠다. 대통합 리더십이 필요한 이유는 투쟁을 하기 위해서다. 투쟁이 필요 없다고 하는 후보가 있는데 효율적으로 파업하지 않으면 정부는 끄덕하지 않는다"며 "통합적 리더십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죽음을 택할지언정 비굴하진 않겠다"고 답했다.

 

 
추무진 후보[기호 2번. 사진 左]는 "만약 회원들이 다시 투쟁에 나서달라는 욕구가 강하다면 내부적으로 힘이 발산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겠다"면서 "원격진료 반대 등 과거 삭발 투쟁을 하면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훈 후보는 "파업 밖에 길이 없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전 직역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을 때만 파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혹 감옥에 가는 것으로 회장이 책임져야 한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만 감옥에 가야 투쟁에 성공할 수 있다는 논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했다.

 

"무소불위 대의원회 문제 없다는 것이냐" 후보 vs 회원 '팽팽'

 

무소불위의 대의원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논리로 질의에 나선 또 다른 회원은 대의원회 직선제를 포함, 대의원회 개혁에 대한 후보들의 의견을 물었다.

 

유태욱 후보는 "최고 의결기구인 대의원회에 대한 민주적 절차성이 담보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비례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젊은의사들의 비율이 지나치게 적다"며 "그렇다고 해서 대의원총회 의결 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안 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유 후보는 "혁신적으로 개혁하되 모든 회원들이 동의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바꾸겠다"며 "대통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지도자가 분명히 철학을 가지고 반대 목소리를 찾아다니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추무진 후보는 "현재 정관상 대의원회 구조를 개혁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인위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대의원총회를 통해 대의원회 문제점을 검토하고 구성 역시 개선하고자 한다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한 회원은 박종훈 후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박 후보만 대의원회 개혁 방안이 없는데 문제점이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것이었다.

 

 
박종훈 후보[기호 3번. 사진 左]는 "대의원회에 굉장히 실망을 해 이전에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할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면서 "회원들의 민의를 잘 수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어떠한 방법으로 선출됐다 하더라도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현 정관상 조직을 무너뜨려서 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못 박고 "물론, 이번 기회에 대의원회도 자성하고 변화의 시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러자 갑자기 박 후보의 발언 도중 한 회원이 고성과 함께 "말 같은 소리를 하라. 세 시간 동안 회원들이 그런 소리나 듣고자 앉아 있는 줄 아나. 도무지 들어줄 수가 없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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