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무자격자 색출, 정상 or 비정상
1749명 막으려 5000만명 불편 초래…의료기관 불만도 상당
2014.06.21 06:05 댓글쓰기

정부가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추진 중인 건강보험 무자격자 급여제한 정책이 오히려 정상의 비정상화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7월부터 병‧의원 진료 접수시 건강보험 무자격자 또는 일부 급여제한자의 자격여부 확인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들 부정수급자 진료로 인한 보험재정 누수 방지와 성실하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비정상의 정상화 조치라는게 건보공단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극소수의 부정수급자를 막기 위해 국민 전체가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정상의 비정상화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건보공단이 작성한 건강보험 무자격자와 체납 후 급여제한자는 1749명으로,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4999만명)의 0.0035%에 불과하다.

 

물론 이들은 재산이 있으면서도 고의로 체납하는 무자격자인 만큼 건강보험 재정 누수 차단은 마땅하지만 그 방법이 국민 전체의 불편을 담보로 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다.

 

실례로 현재 대학병원 재진환자가 예약 당일 해당 외래에서 진료를 받은 후 무인수납기를 통해 진료비를 지불하면 접수창구에 들릴 일이 없었다.

 

그러나 7월 1일부터는 무조건 접수창구에 가서 본인이 건강보험 무자격자인지, 급여제한자인지 자격조회를 받아야 한다.

 

그나마 아직 신분조회 의무화가 법제화 되지 않은 상태여서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할 필요는 없지만 자격확인이라는 번거러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여기에 현재 추진중인 신분조회 의무화까지 시행되면 일반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선 의료기관들의 불만도 적잖다. 1749명의 부정수급자를 색출하기 위해 무려 8만 여개의 병‧의원들이 수고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의원들은 진료비 청구프로그램과 수진자 자격조회 시스템을 연계해 무자격자 및 급여제한자를 구분해 내야 한다.

 

건보공단은 클릭 한 번이면 자격조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정작 병‧의원들은 우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격조회 의무화에 따른 행정부담 증가는 차치하더라도 환자들의 민원 제기부터 이래저래 신경 써야할 일이 적잖다는 주장이다.

 

수진자 자격확인 시스템의 전자오류 발생 시 수진자 조회 책임 여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의 수진자 자격조회 전산서비스는 작년에만 2회의 장애가 발생해 의료기관과 환자가 불편을 겪었다. 해마다 2~3회 전상장애가 발생해 높은 불만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병‧의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진료비다. 지금까지는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이 급여제한자 진료를 했더라도 급여비를 지급한 후 수급자에게 환수하는 방식을 취했었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의료기관이 급여제한자를 진료할 경우 급여비가 지급되지 않는다. 병‧의원들 입장에서는 전에 없던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한 병원계 인사는 “재정 누수 예방과 형평성 제고라는 취지는 공감을 하지만 국민이나 의료기관 모두 감수해야 할 부분이 너무 크다”며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정상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보건복지부는 환자나 의료기관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에 대해 수긍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들이 제도 시행으로 겪는 불편은 아주 미미할 것”이라며 “의료기관들 역시 전산시스템에서 자격조회가 가능한 만큼 큰 불편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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