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최근 법조계가 제약업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적재산권, 불법 리베이트 사건 등에 관한 송사(訟事)가 증가하면서 신(新) 법률서비스 영토로 낙점, 확장의 기회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김앤장, 광장,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에서 의사, 약사 면허를 소지한 변호사를 적극 영입하며 헬스케어팀의 덩치를 키우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의사 및 약사 출신 변호사가 10여 명으로 가장 많고, 태평양·세종·율촌 등은 3~4명 정도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대부분은 로펌 내 헬스케어 전담조직에 배치돼 있다. 로펌마다 산업별 범주에 '제약·헬스케어'를 포함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인재 영입이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대형로펌들이 제약·바이오산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래 먹거리'로서 시장성이나 성장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약 개발 관련 지적재산권 분쟁부터 약가협상, 해외 진출,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에 이르기까지 법률 상담 및 소송거리가 될 만한 케이스들이 무궁무진하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에 적극 뛰어드는 것은 물론 개발 중인 물질을 해외 제약사에 라이선스 아웃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면서 법률자문 수요가 늘고 있다.
로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약·바이오 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기술수출 혹은 해외 진출을 하는 업체들이 많지 않아 관심이 없었다"며 "그러나 R&D 중심으로 산업의 트렌드가 바뀌고, 제약사들이 개량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새 시장이 창출되고 있어 로펌들도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경영' 문화의 확산도 법률 자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법원이나 검찰이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엄벌하기 시작하면서 법률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법원이 제약사 CEO를 비롯 임직원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닌 '횡령·배임죄'를 적용한 판결이 나왔다. 리베이트를 업무가 아닌 사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착복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횡령·배임죄'가 적용되면 형량이 무거워진다. 게다가 리베이트 사건은 총 편취액이 5억원을 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이 우선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진다.
최소 징역형(5년)을 받더라도 감옥행을 피할 수 없다 보니 형량을 낮추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할 수밖에 없다. 즉, 새로운 법률시장을 창출한 '고마운(?) 판결이다보니, 법조계가 이 판결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로펌 관계자는 "모 제약사 리베이트 판결이 법조시장에서 파장이 컸던 이유는 과잉경쟁으로 정체기에 접어드는 법률시장에 새로운 활로가 열려서"라며 "제약산업에 윤리경영이 자리잡는데 일조하면서도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니 일석이조의 효과"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