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살리기 마지막 기회, 놓치면 의료대란"
이우용 대한외과학회 前 이사장
2022.11.30 05:25 댓글쓰기

가히 ‘역대급’이었다. ‘신생의대 최초 이사장’이란 파격적 등장을 시작으로 필수의료 열풍의 마중물을 퍼올렸고, 후학을 위해 사상 처음 ‘술기교육비 지원’이라는 결실도 얻어냈다. 취임 이후 내디딘 한 걸음 한 걸음이 울림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감 속에 지난 2020년 11월 외과 수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前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이 최근 2년의 임기를 마치고 무거웠던 짐을 내려놨다. 기존의 틀에 박힌 학회 활동을 탈피해 새로운 학회상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열망을 반영했다는 평이 지배적이지만 쉽사리 ‘아쉬움’을 떨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에게 ‘필수의료’의 위기를 각인시킨 것을 넘어 확실한 회생책 도출을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에 미련을 표했다. 그는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으로 절박함을 대신했다.



내외산소 회합으로 ‘필수의료’ 재건 계기 마련


취임 후 첫 행보는 내‧외‧산‧소 의기투합이었다. 기초 진료과목이자 전통적 명문 전공과로 꼽히던 ‘내외산소’의 끝모를 추락을 멈추기 위해 이우용 前 이사장이 나섰다.


대한내과학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회합을 제안했고, 각 학회들이 그 뜻에 동조하며 연대체계를 구축했다.


이들 4개 학회는 가장 먼저 대한의사협회를 찾았다. 


물론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의료계 종주단체인 의협에 필수의료 부활 의지를 전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이었다.


의료계와 복지부의 공식 논의기구인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 필수의료 진료과목에 대한 지원 및 활성화 대책이 논의될 수 있도록 의협이 나설 줄 것을 당부했다.


이후 보발협은 의협의 요구를 수용해 필수의료와 관련한 공식 분과협의체를 구성하고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등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갔다.


덕분에 지난 7월 간호사 사망사고를 계기로 ‘필수의료’가 사회적 화두로 급부상했을 당시 신속하게 ‘필수의료 살리기 협의체’가 꾸려질 수 있었다.


이우용 前 이사장은 척박한 의료환경 속에서도 묵묵하게 ‘술기’ 본연의 업무를 수행 중인 전국 외과병원들을 발굴하고, 알리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대한외과학회와 데일리메디가 공동으로 기획한 ‘대한민국 필수의료 책임지는 지방 외과병원을 가다’ 프로젝트는 외과병원들의 분투(奮鬪)를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었다.


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내내 전국의 취재현장에 기꺼이 동행하며 외과병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상흔을 어루만졌다.


이우용 前 이사장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외과병원들의 상황에 가슴이 아팠다”며 “정부가  지역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뻔한 적자 구조를 의료진의 희생으로 메꾸는 서글픈 구조에서 외과의사라는 사명감 하나로 견뎌왔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예비 칼잡이 전공의 술기교육 획기적 개선


그가 재임기간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분야는 외과의 미래를 책임질 후학들이었다.


준비된 칼잡이로서 보다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제대로된 술기교육 환경을 조성하는데 사력을 다했다.


정부와 국회를 찾아 외과 전공의 술기교육 지원 필요성을 설득했다. 단순한 외과의사 술기 함양이 아닌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수 없이 강조했고, 결국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 냈다.


2021년 보건복지부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 3개 전문과 전공의 술기교육비를 보조해 주는 ‘외과계 전공의 술기교육비 지원사업’을 전격 시행했다.


물론 전체 예산이 1억7500만원으로 넉넉지 않지만 정부가 사상 처음 외과계 전공의 술기교육 비용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적잖았다.


이와 함께 이우용 前 이사장은 외과의사들의 숙원이었던 ‘카데바(Cadaver)’를 활용한 술기교육을 이뤄냈다.


그동안 외과 전공의들은 줄로 인공피부 등을 활용해 봉합, 절개 등 술기를 연습해야 했다. 동물실험은 그나마 진일보된 방식이지만 이 마저도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때문에 인체 대상 술기교육을 받기 위해 수 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미국, 유럽, 태국 등 해외로 나가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물론 전공의 시절은 언감생심이고, 비용이나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주니어 스텝 정도나 돼야 가능한 얘기였다.


이우용 前 이사장은 ‘외과 전문 인재 양성’을 기치로 문을 연 가톨릭국제술기교육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 외과 전공의들이 카데바를 활용해 술기교육을 받을 수 있을 길을 열었다.


그는 “외과의사 술기 교육의 새 역사”라며 “카데바를 활용한 술기교육은 모든 외과의사들의 염원이었던 만큼 대한한국 외과 술기 수준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세계서 인정받는 외과, 국내선 생존 고민


이우용 前 이사장은 전세계가 우러르는 대한민국 외과의 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술기나 학술 모든 면에서 전세계 외과학를 선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특히 외과 술기 수준의 바로미터인 암치료와 관련해서 뚜렷한 징표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OECD 국가 중 한국이 암 치료 1위라는 데이터가 발표됐고, 일본이나 미국 등과 비교해도 장기 생존율 등 치료성적이 월등하다는 사실은 여러 통계에서도 입증됐다.


대한민국 암치료 분야는 지난 20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고, 최근 해외 환자는 치료를, 의료진은 술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근 발표한 11개 임상 분야별 세계 최고 병원 명단에 국내 암병원들은 글로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의료의 달라진 위상을 방증시켰다. 


이는 한국의료가 세계적 반열에 올라 있고, 일부 분야는 리더그룹에 포진해 있음을 의미한다. 


이우용 前 이사장은 “대한민국 외과의사들이 지리멸렬했다면 이러한 위상을 갖지 못했을 것”이라며 “술기나 연구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암울한 현실 답답, 심폐소생술 같은 긴급정책 절실"


하지만 이처럼 세계가 우러르는 대한민국 외과가 제도권의 무관심과 수술실 CCTV 같은 불합리한 규제로 좌초 위기에 처한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작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수가 정상화 △전공의 교육비 지원 △수술실 CCTV 철회 △의료과실 특례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우용 前 이사장은 “세계를 호령하는 대한민국 외과가 영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당장 5년 후부터는 퇴임하는 외과의사 수가 신규로 배출되는 수 보다 많아진다”며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의료대란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우용 前 이사장은 대장암과 직장암 분야 권위자로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기획실장과 건강의학센터장을 역임했고, 현재 암병원장으로 재임 중이다.


대한의학회 정책이사, 대한의사협회 학술이사,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교육위원회 위원 등 대외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에 임명됐으며, 오는 2024년 세계대장항문학회 회장에 취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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