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고등학교 교사 흉기 피습 사건을 계기로 의료진 신변 안전 문제를 다시금 점검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료진 업무 특성상 치료결과나 진료과정에 불만을 품은 환자와 보호자들로부터 신변 위협을 받는게 다반사라는 점에서 우려감이 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에도 응급실 등 진료현장은 여전히 폭행이나 난동에 무방비 상태다.
물론 지난 2018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을 계기로 일명 ‘임세원법’이 제정됐지만 실효성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임세원법은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최대 7000만원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하는 게 골자다.
의료인을 사망케 하는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여기에 2020년 4월부터는 100개 이상 병상을 갖춘 병원·정신병원 또는 종합병원을 개설할 경우 보안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배치하고, 비상경보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이나 제도 정비에도 불구하고 의료인 대상 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경기도 용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 중이던 의사가 70대 남성이 휘두른 낫에 목이 찔리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
해당 의사는 뒷목부터 어깨까지 10cm가량 깊은 자상을 입었고,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아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이 병원 응급실에서 숨진 70대 여성환자의 남편이었던 가해자는 아내에 대한 치료에 불만을 품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20년에는 부산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8개월만이었다.
이 환자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의료진 지시에 따르지 않아 해당 의사씨가 퇴원 지시를 내렸고 이에 불만을 품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에 안전요원을 배치했지만 갑작스런 상황에 즉시 대처가 어려워 폭행을 막지는 못했다.
2019년에는 서울 노원구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엄지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수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흉기를 피하다가 엄지손가락이 절단됐고, 다른 손가락도 상해를 입어 여전히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의료계는 “수부외과 의사에게 손가락 손상은 사망선고나 마찬가지”라며 “피해 의사는 향후 수술을 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에 통탄할 노릇”이라고 비분강개했다.
치과의사들 역시 신변 위협을 받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치료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미리 준비해 간 몽둥이로 치과의사를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졌다.
특히 피해자인 치과의사는 임신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치과계의 공분을 샀다.
이 외에도 △2019년 대전 치과의사 골프채 피습사건 △2020년 서울 치과의사 흉기 피습사건 △2021년 경기도 양평 치과의사 폭행사건 등 흉악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 의료계 인사는 “교사 피습사건을 계기로 의료인 신변보호 시스템도 재점검 해야 한다”며 “여전히 의료진은 안전과 생명을 보호받지 못하는 진료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개탄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10명 중 8명이 최근 1년 이내에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폭언 또는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급실 안전과 관련해 10명 중 6명이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으며, 환자 및 보호자에게 폭언·폭행을 당해도 '참는다'는 의사들이 44.9%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