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중단 구속도 불사, 사즉생 각오 대정부 투쟁"
3년 만에 중앙무대 복귀 최대집 前 대한의사협회장
2023.12.11 05:21 댓글쓰기

2020년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반대 투쟁을 이끌었던 최대집 전(前)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귀환했다. 정부가 또 다시 의대 증원을 추진하자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꾸려진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투쟁위원장'을 맡으며 퇴임 3년 만에 중앙무대에 재등장했다. 최대 4000명까지 증원 계획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필수 회장의 이번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자충수'가 될지 주목된다. "최악의 상황, 즉 구속도 불사하며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 의대 증원을 저지할 것"이라고 각오를 전한 최대집 투쟁위원장[사진]을 최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만났다. 


Q. 투쟁위원장 수락 계기는

전직 회장이 의료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는 것 자체가 현 집행부에 부담이 된다고 여겨 지난 3년 간 의료계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필수 회장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례적인 제안이었다. 사실 우리 두 사람은 2017년 문제인케어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함께 하는 등 합을 맞출 기회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 때문에 전직 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제안을 했던 것 같다. 제안 당시 의료계 상황은 이미 악화돼 있었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결정해 뒀고, 규모도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단지 의료계 반발이 심해 발표 시기만 조정하고 있었다. 9.4 의정합의 당사자로서 그 약속이 정면 파기되는 장면을 보고 가만있을 수 없었다. 제안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Q. 투쟁위원장 역할은

범의료계특별대책위원회 내에서 이필수 회장과 함께 투쟁 목표를 정하고, 그 실행 방안을 마련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지난 범대위 회의를 통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를 진행했고, 11일부터는 전회원 대상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오는 12월 17일에는 전국의사궐기대회도 광화문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Q. 이필수 회장이 재선을 위한 타 후보 견제 카드로 선택했다는 시각도 있다

선거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롯이 의대 증원 이슈와 관련해 정부 및 대통령실과 어떻게 협상을 할지, 어떻게 투쟁해 나갈지에 집중코자 한다. 다만, 내년 3월 의협회장 선거는 투쟁에 있어 힘이 빠질 수 있는 일이다. 선거 참여자들이 정책을 두고 경쟁을 하는 가운데 의견 차이가 부각될 수 있는데, 무조건 단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Q. 2020년과 2023년 투쟁 차이점은

2020년과 20203년 모두 정부가 의대 증원을 한다는 계획은 동일하지만 규모가 다르다. 심지어 현 정부 의대 정원 확대 방식에는 최소한의 합리적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무원칙은 심각한 문제다. 의대 증원은 의료계 내부에서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면서 동시에 의료 붕괴를 초래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다. '국민 건강'이란 대의(大義)를 위해 의사들이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Q. 이번 정부 행보에 더 큰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황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교수들이다. 교수와 교육시설은 동일한 상황에서 학생 수만 2배 늘어나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의사 양성 교육은 일반 교육과 다르다. 전문 기술인으로 키우기 위해 도제식으로 가르쳐야 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는 교수들이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인 지지 혹은 상황에 따라 직접 목소리를 낼 것이다. 


"이필수 회장 이례적 제안, 수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무원칙 의대 증원, 교육 질(質) 저하 우려 팽배"

"9.4 의정합의 당시 젊은의사들과 반목은 내 불찰, 의료계 대동단결" 당부


Q. 이번 파업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이번에 의사 파업이 벌어지면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특히 대학병원 교수와 전임의, 전문의들의 참여가 많을수록 파급효과는 클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의협도 통제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의료계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되는 이유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에서 의료계 파업에 대한 회의적 여론전을 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극한의 상황까지 전개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Q.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매우 강하다

2020년 파업 당시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 10명을 고발한 것도, 청와대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복지부는 사실상 권한이 없다. 대통령실 지침이 확고하고 복지부는 그저 이행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Q. 투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나

'9.4 의정합의 준수'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전면 백지화와 양쪽 모두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조사 결과에 의거해 원점에서 의대 정원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한다. 정부는 시민단체 등 사회적 여론을 수렴하고, 의료계는 의료계 내 중지를 모은 내용을 바탕으로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정권과 의회가 나선 사례가 없다. 


Q. 전공의 참여가 관건이다. 과거 대전협과 갈등이 컸는데 봉합 가능한가

9.4 의정합의 관련 일에 대해 당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사과만 여러 번 했다. 그리고 탄핵절차를 통해 사건은 공개적으로 정리됐다. 이 사건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 불찰이 컸다.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다. 현장의 전공의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회장은 원래 책임지는 자리다. 당시 마음이 상한 전공의나 의대생들에게 미안하다. 이번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이러한 뜻을 충분히 표명하고 싶고, 향후 회원들 의견을 경청하고 관철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Q. 각오의 한마디를 전한다면

이번 투쟁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나왔다. 생업(진료)도 중단했고, 가족에게도 당분간 집에 못 간다고 전했다. 시간이 촉박한데 일은 많아 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투쟁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구속도 피할 수 없다. 2020년에도 문재인 정부가 구속에 관해 고려했다고 들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구속을 전제로 투쟁에 임할 것이다. 저에 대해 비판을 하더라도 투쟁을 위해, 대의를 위해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의료계 내부 갈등과 반목은 잠시 접어두고, 단결해서 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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