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후배가 선배 의사에 '필수의료' 묻다
김경훈 투비닥터 대표
2024.02.05 12:29 댓글쓰기



투비닥터 김태훈 기획팀장, 김경훈 대표 

의료계는 물론 정부·정치권·시민사회 등이 필수의료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장차 의사가 될 의대생들도 해당 논의를 자청하고 나섰다. ‘어떤 의사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결성된 의대생 단체 투비닥터(To Be Doctor)는 지난 3일 서울 세바시X데마코홀에서 ‘필수의료 진로세미나’를 개최했다. 필수의료 붕괴, 의대 정원 확대 등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대생들이 주체적으로 진로를 찾게 하기 위해서다. 데일리메디는 김경훈 투비닥터 대표(서울아산병원 피부과 전공의 3년차)와 이번 세미나를 총괄기획한 김태훈 투비닥터 기획팀장(충남의대 본과 1학년)을 만나 세미나 기획의도, 필수의료에 대한 의대생들 관심, 선배의사들에 대한 당부,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현재 전국 18개 의과대학 소속 의대생 41명과 젊은 의사들로 구성된 투비닥터는 김경훈 대표가 2020년 본과 4학년이던 시절 품은 진로에 대한 물음으로 출발했다. 


김경훈 대표는 “전공 선택은 단순한 결정이 아닌 의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중대한 과정”이라며 “의대생들의 주체적 선택을 위해 진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 의대 정원 확대 등 소용돌이치는 의료현안으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의대생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이번 필수의료 세미나다. 


그는 “행사 기획 당시만해도 이 정도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시기가 적절하다”며 “필수의료에 대한 많은 얘기가 나와도 의대생 입장에서 직접 체감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투비닥터가 이번 세미나 참석자 모집 소식을 알리자 당일 몇 시간 만에 모집이 마감될 정도로 의대생들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김태훈 기획팀장은 “연자 섭외, 후원 요청 등이 어려웠지만 선배들이 적극 도와주셨다”며 “SNS 단체방을 통해 의대생들을 모으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장소 섭외는 힘들었다”고 술회했다. 


참석 인원을 50명으로 제한하고, 신청자를 받아 세미나와 별도의 시간·공간에 ‘커피챗’을 마련한 이유 역시 의대생들이 보다 깊은 고민을 나눌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김경훈 대표는 “너무 큰 자리에서는 일반적인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듣고 싶어 녹화도, 취재도 없는 커피챗 환경을 일부러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의대생들 주체적 진로 모색 기회 필요, 전공 선택은 의료인 정체성 찾는 시간”

“사회적 이슈·현실적 이유 등 전공 기피 현상 영향” 

“단순 MZ세대 특성으로 치부하지 않길 바란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의대생들의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은 결코 저조하지 않다.


김태훈 기획팀장은 “학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산부인과·외과 등에 대한 기피가 크지 않다”며 “우리 학년은 실제 일반외과에 가고싶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사 파업, 이대목동병원 전공의 구속,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소 사건 등 여러 이슈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김경훈 대표는 본과 4학년 시절 2020년 의사 파업 및 의사국시 거부사태를 마주했던 당사자로서 상처입었던 기억을 꺼내면서 당시 의대생들의 필수의료에 대한 관심을 회고했다. 


그는 “처음에는 적성에 따라 순수하게 진로를 탐색하지만 여러 사회적 이슈를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 같다”며 “처우·근무환경 등에 대한 고민이 크게 작용하는 듯 보인다”고 추측했다. 


선배 의사들에게는 의대생들이 진로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의대생들의 갈증은 상당하지만 이러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김경훈 대표는 “학교, 학회에서 의대생을 초청하는 진로 관련 행사에서는 ‘MZ’세대 특성, 기피과,  의료정책 등이 주를 이룬다”며 “이는 학생·젊은의사와 동떨어진 측면이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활동을 좋게 보고 지원을 많이 해주시면 좋겠다”며 “학생·젊은 의사들의 생각을 단순히 MZ세대 특성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들의 고민도 헤아려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제공 투비닥터 
투비닥터는 매거진·영상·행사 등을 제작·주최하면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선배 의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조언을 의대생들에게 전하고 있다. 


이번 필수의료 세미나에 이어 다른 진료과 세미나, 전공의·전문의도 참석하는 연구논문 작성법, 병원 밖 진로 세미나 등을 기획하고 있다. 


김경훈 대표는 “임상 뿐 아니라 제약사·스타트업·의료정책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 전문가로서 진출할 수 있는 게 의사다. 의대생들에게 다양한 삶의 길을 계속 보여줄 것”이라고 앞으로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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