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서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병원들의 경영지표에도 적색불이 켜졌다. 특히 전공의 비중이 높은 대형병원들의 경우 일주일 사이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태 위중함과 전공의들 정서를 감안, 최대한 매출 관련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날로 불어나는 손실에 병원들은 비상회의를 소집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다.
병원들 경영난은 수치상으로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상급종합병원 신규환자 입원은 24%, 수술은 50% 가량 줄었다.
입원수입 바로미터인 병상가동률 역시 50% 이하로 떨어졌고, 외래진료가 줄면서 각종 검사장비 가동률 역시 반토막 났다.
응급실의 경우 병상가동률이 30%까지 떨어지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고, 건강검진 예약 취소가 잇따르는 등 경영 전반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전공의 비중이 높은 빅5 병원의 경우 경영 손실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들 전공의 비중은 평균 39%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의존도가 46.2%로 가장 높고 세브란스병원(40.2%), 삼성서울병원(38.0%), 서울아산병원(34.5%), 서울성모병원(33.8%) 순이다.
이들 병원은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하루 1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투쟁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이들 병원들 손실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다른 대학병원들 역시 경영난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현금 유동성이 적은 병원들의 경우 당장 직원들 급여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매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다음 달 정상적인 급여 지급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부 병원의 경우 금융권 대출을 검토 중”이라며 “매출의 60%가 인건비로 나가는 병원 구조상 작금의 상황을 오래 버티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학병원의 중증·응급환자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총 401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키로 했지만 병원들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는 반응이다.
입원환자 비상진료 정책지원금 200억원, 전문의 진찰료 및 응급‧중증수술 가산 각각 90억원 규모지만 100개가 넘는 병원들에게 나누면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사태가 길어질 경우 경영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밖에 없는 만큼 애가 타는 심정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매출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다”며 “장기화될 경우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다른 병원들과도 상황을 공유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드러내 놓고 경영난을 호소할 수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