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의료대란 전운
사직서 제출자 중 병원 복귀 극소수…정부 행정처분 등 법적조치 촉각
2024.03.01 06:11 댓글쓰기



29일 오후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 구교윤

정부가 복귀시한으로 통보한 지난 29일 사직한 전공의들은 극소수만이 돌아왔다.


정부는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에 마지막 대화를 청했지만, 이마저도 전공의들은 외면했다.


정부는 이들에 원칙대응을 기치로 행정처분과 법적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물론, 실질적 의료대란이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복귀시한 마지막날, 전공의 복귀 소식은 잠잠


지난 29일 오후 2시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했던 지난 19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겉보기에는 큰 혼선 없이 의료진과 환자들이 오가는 모습이었지만, 곳곳에 진료 지연 안내 문구가 게시된 채 상당수 환자는 수술과 수술을 위한 입원 지연을 겪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 600여명 대부분이 지난 19일 사직 의사를 밝히고 병원을 떠나며, 지난 21일에는 수술이 절반으로 축소됐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29일 "전공의들의 복귀는 정확히 파악이 안 된다"라며 "전공의들이 담당하던 업무를 남아 있는 교수들이 담당하면서 진료 지연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같은 시각 서울아산병원도 지난 열흘간의 모습과 같이 환자들이 북적이는 가운데 차분한 분위기였다.


서울아산병원도 지난 20일 전공의 사직 행렬이 이어지며 수술이 30% 이상 축소됐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60대 환자는 "다행히 내가 받는 진료는 지연된다는 안내를 받지 못했다"면서도 "지인은 입원이 미뤄졌다는 얘기를 전해 들어 불안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빅5 병원인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역시 전공의들의 복귀 소식은 잠잠했다.


빅5 병원 A교수는 29일 데일리메디를 통해 "전공의들이 복귀할 조짐은 없어 보인다"며 "당장 다음 주부터 큰 수술 외에는 대부분 수술이 중단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9일 오후 서울아산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서동준


2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전체의 80.2% 수준인 999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28일 오전 11시 기준 소속 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는 3.24%인 294명에 그쳤다.


복귀시한인 29일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B교수는 29일 오후 데일리메디를 통해 "전공의 복귀 소식은 못 들었다"며 "여전히 교수들이 당직으로 서고 있고, 당장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정부는 29일 오후 사직한 전공의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이를 찾은 전공의도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인 28일 전공의 대표자 등 90여명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 '29일 오후 4시에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약속한 시간 나타난 전공의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같은 시각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 임원들은 지역 전공의 대표자들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4일 처분‧사법 절차 강행…교수들 "좌시 않겠다"


정부는 29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을 향해 3월부터 법과 원칙에 따라 행정처분과 사법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내달 4일부터 관련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김충환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법무지원반장은 "4일 이후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정지 처분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사전통지하고 의견 진술의 기회를 준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경한 대처에 의료계, 특히 수련병원 교수들까지 들썩이고 있다. 앞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다수 대학이 "전공의들이 부당한 처벌을 받을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며 집단행동을 암시한 상태다.


빅5 병원 C교수는 "대학병원마다 비대위는 다 꾸려진 상태"라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해 사법 절차를 정말 밟기 시작한다면 교수들도 그때는 움직일 태세"라고 말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정부의 무리한 고발과 겁박을 지켜보며 참담한 심정"이라며 "3월 1일 이후 정부가 처벌을 본격화하면 앞으로 전공의와 전문의는 배출되지 않을 것이며 선배 의사들도 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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