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여겨진 의대 교수들이 잇따라 단체행동을 결의하며 의료계 안팎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14일 의대생 유급 시한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와 의료계 간 접점 모색은 쉽지 않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교수들과 대화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기존 정책을 고수한 채 집단행동에는 엄포를 놓는 등 전공의에 취했던 행보를 고수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정부 태도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에 교수들은 그저 큰 전공의일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면서 이른 시일 내 대화가 성립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방 국립대‧사립대까지 주요 의대 교수들 '성명‧집단사직' 움직임 확산
지난 12일 하루에만 가톨릭, 단국, 중앙, 대구가톨릭, 아주, 경희의대 등 6개 의대 교수들이 성명을 내고 집단행동을 시사했다.
특히 빅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해 8개 병원과 의대 기초교실에 근무하는 교수들로 구성된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는 그간의 긴 침묵을 깨고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특정 정원을 고집하지 않는 조건 없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 사태가 계속된다면 외래‧수술 등 진료를 축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오후에는 전북의대 교수들이 긴급총회를 갖고 전공의 행정처분과 의대생 휴학 등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기로 했다.
전북대 의대를 비롯해 지금까지 비대위를 결성한 의대만 20곳을 넘겼다.
그중 울산의대와 서울의대 비대위는 이미 지난 7일과 11일 각각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합의에 이르렀다.
충북의대 비대위는 오늘(13일)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가운데, 집단사직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교수 집단행동 발생하면 법적인 절차 거쳐 원칙대로 진행"
이런 상황에 대통령실은 12일 "의료법을 위반해 현장을 이탈하는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교수도 예외일 수 없다"고 천명했다.
이어 "진료유지명령이나 업무개시명령 등을 통해 현장에 사직서를 내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집단행동이 발생한다면 법적인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정부가 지난달 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후 전공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 전국 수련병원에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을 내린 데 이어 사직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한 것과 비슷하다.
대통령실은 "대화 노력은 계속될 예정"이라면서도 "의대증원 철회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대화한다는 것은 진정한 대화 의도로 보기 어려운 것 같다"며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한 의료계와 정면 배치된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방재승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이 12일 제안한 중재안 역시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방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도 의협도 서로가 제시하는 통계를 못 믿으니 공신력 있는 해외 기관과 국내 연구기관 등 몇 곳에 의뢰해 1년간 분석해보자"고 타진했다.
이에 복지부는 "지속 증가하는 의료 수요를 감안할 때 증원 시기를 1년 늦추면 그 피해는 훨씬 커질 것"이라며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 고통을 생각할 때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라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교수들은 오는 14일을 현재와 같은 평행선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일부 의대가 이날부터 의대생의 휴학 또는 유급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의대 교수협의회 A 교수는 "2000명 증원에 대해서는 일절 변하지 않으면서 대화하자는 건 '유체이탈 화법'이냐"며 "정부가 현 태세를 계속 유지하면 교수들 집단사직으로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