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한데 대해 의약계가 보이콧을 선언하며 반발이 거세다. 여기에 시민사회단체들도 '환자 진료 기록 약탈법'이라며 비난하고 있어 향후 적잖은 충돌이 예상된다.15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체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실손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토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병원이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다. 이 과정이 번거로워 소액 보험금의 경우 청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보험사들 역시 서류 접수와 입력 등 소모적인 업무에 부담이 많다는 불만이 있었다. 해당 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최종 판가름난다.
문제는 이해 당사자들 반발이다.
의약계는 물론 환자단체 포함 시민단체들도 이 법을 '보험사 편익만 위한 보험업법', '환자 진료 기록 약탈법'이라고 호명하며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약계는 법안이 최종 통과할 경우 보이콧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보험사에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하고 환자 및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위헌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시행령 사전 논의 전략도 세울 예정이다.
보험금 청구 방식과 서식 및 제출 서류 간소화, 전자적 전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 방법과 비용 부담 주체 결정 등에 대한 사전 조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오전에 발표했던 대로 보이콧에 나설 예정"이라며 "회원들에게 이 법안 문제점을 적극 알리고 보이콧 참여를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이콧 방식은 현행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보험사가 요청해도 환자 보험금 관련 자료를 전송하지 않고 중계기관에도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의협이 추진하는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라며 "다만,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험업법 개정안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에 과거 의료기록 전송 금지 등 교류 정보의 범위를 규정하고, 문서서식을 새롭게 개발하는 등 세부적인 논의사항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법안이 일단 통과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준비작업들을 전략적으로 해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 법 통과로 피해보는 환자 및 시민단체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의료계만큼 환자단체, 시민단체들 반발도 거세다.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은 국회에서 법안 통과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민간보험사의 환자진료기록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며 "건강보험 강화가 필요하지, 민간보험에 환자 의료전자정보를 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절박한 처지에 놓인 암 및 중증환자들에게 어떻게든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보험사들은 이미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두며 손해율이 높다고 보험료를 인상에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들은 "개인의료정보는 최대한 분산돼야 하고 비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돼야 시민들의 정보인권을 보호할 수 있다"며 "법안이 최종 통과된다면 우리는 정무위 의원들 모두에게 그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