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시행 예정인 가운데 중계 및 전송대행기관 선정을 법률로 지정할 게 아니라 민간에 자율적으로 맡겨야 한다고 의약단체가 목소리를 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의약 4단체는 17일 의협 대강당에서 실손보험 청구 강제화 보험업법 관련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일명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법은 소비자가 요청하면 병의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 보험금 청구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지난 달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계는 법 개정과 관련해 전송 대행기관 지정, 민감정보 취득·활용, 요양기관 자율권 침해 및 업무 과중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전송 대행기관을 법으로 지정할 게 아니라 민간에 자율로 맡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요양기관과 차트업체가 협업해 청구서류 전송서비스는 기술적으로 90% 이상 요양기관 지원이 가능한 상태다.
레몬헬스케어, 아이웹넷, 비트컴퓨터, G&Net, 유비케어 등은 병의원, 약국이 사용하는 EMR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90% 이상 구축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요양기관의 실손보험 청구 강제화에 관한 보험업법 개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개정안에는 보험사가 위탁하는 전송대행기관으로 명시돼 있지만, 이를 요양기관이 지정하는 전송대행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양기관은 민간 전자차트회사의 시스템을 유상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런데 보험사가 임의적으로 지정하는 전송대행기관이 선택될 경우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고 요양기관과 차트회사 모두 업무부담 가중 및 단일중계기관의 의료정보 집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일부 의료기관의 경우 핀테크업체 등을 이용해 관련 자료를 보험사에 전자적 방식으로 전송하고 있어 전송대행기관 및 전송방법을 요양기관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는 "개정안에는 금융위가 전송대행기관을 정하는 방식이 명시돼 있지만, 요양기관이 선택해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해야 한다. 다수의 요양기관이 구축한 방식을 존중,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개정법은 환자 진료비 내역뿐 아니라 민감한 의료정보가 담긴 개인정보가 보험신용정보시스템(ICIS)에 누적 관리되는데, 이는 의료법에 반하는 부분이기에 위헌 사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금융위는 종이로 하던 절차를 전자적으로 하는 것 이외 기존과 다른 게 없다고 주장하지만, ICIS 등에 누적된 정보로 인한 국민의 피해 가능성은 외면했다"며 "ICIS에 정보가 집적되면 환자의 진료비 지급 거부 등 다양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법은 의료정보가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는 원칙 하에 의료인과 의료기관 이외의 의료정보 사본교부 및 열람 가능 범위를 개별 법률로 일일이 나열하고 있다"며 "실손보험에 관한 의료정보 전송은 예외에 속하지 않으며 기존 의료법에서 정하는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이 상근부회장은 "의약계 연대는 국민의 민감하고 소중한 의료정보를 전자적으로 취득해 활용하고, 요양기관 자율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보험업법에 대해 법적 흠결을 따지는 위헌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