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윤한덕 신드롬’…근무환경 ‘참담’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중앙응급의료센터, 의료진 밤샘 등 ‘격무’ 다반사
2022.05.17 10:29 댓글쓰기



[취재 후기] 가슴이 미어졌다. ‘대한민국 응급의료 컨트롤타워’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로 그들의 근무환경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故 윤한덕 센터장의 숭고한 희생으로 국내 응급의료 현실의 처참한 민낯이 드러난지 3년이 훌쩍 지났지만 후배들과 직원들 삶은 여전했다.


최근 취재를 위해 찾은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충격’ 그 자체였다. 70년 전 지어진 낡은 건물에 협소한 공간, 노후된 시설에서 1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업무를 수행 중이었다.



3명 이상 들어갈 수 없는 작디 작은 사무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는 좁디 좁은 나무계단, 오래 전 페인트가 벗겨져 썪어버린 문짝.


가장 경악한 부분은 화장실이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직원들은 낙후된 시설 탓에 건물 내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진 제과점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눈이 오면 눈길을 헤집으며 외부 회장실을 향하는 게 수 년째였다. 해당 제과점 사장도 측은지심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이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했다.


사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사용 중인 이 노후된 건물의 역사적 가치는 상당하다.


해당 건물의 역사는 1950년 한국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참전한 UN군 중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은 한국에 의료단을 파견했다.


그들은 1953년 휴전할 때까지 많은 전쟁 부상자와 민간 환자들을 진료했다. 휴전된 후에도 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우리 정부는 이들 의료단의 잔류를 희망했다.


계속된 협상 끝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으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1958년 11월 개원한 병원이 지금의 국립중앙의료원이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사용 중인 건물은 당시 해외 의료진이 사용하던 기숙사다. 


국립중앙의료원 역시 해당 건물의 역사성을 중히 여겨 스칸디나비아기념관을 마련했고, 서울시로부터 미래유산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물론 역사성을 지닌 옛 건물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는 흔하다. 서울대병원은 병원장을 비롯한 집행부가 대한의원이 자리했던 시계탑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역시 얼마 전까지 문화재로 지정된 본관 벽돌 건물을 병원장 집무실로 사용했다.


병원 수뇌부가 입주해 있는 만큼 건물 외관과 골조는 보존한 상태에서 리모델링을 통해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게 통상적이다.


하지만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은 조금 다르다. 직제상 국립중앙의료원에 편제된 상태로 출범하면서 이 건물에 입주했고, 시설 개‧보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2010년 국립중앙의료원 법인화에 따라 직제가 변경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의료원 건물에 얹혀 사는 더부살이 신세다.


[故 윤한덕 센터장이 쪽잠을 청하던 간이침대가 놓여 있던 자리. 주인을 잃은 이 방은 현재 회의실로 사용 중이다.] 

남루한 간이침대에 누워 쪽잠을 청하며 열악한 국내 응급의료 현실을 보듬고 고치려 했던 故 윤한덕 센터장도 어찌할 수 없었던 구조적 문제였다.


취재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며 故 윤한덕 센터장이 하늘나라에서 작금의 중앙응급의료센터 모습을 내려다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사뭇 궁금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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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런 05.20 15:12
    거기뿐인가요,, 컨트롤타워라고 부르기에는 낙후된 시설이 경악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