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들 "적정 보상‧평범 일상‧법적 보호"
"사회적 무관심·냉대로 기반 붕괴, 3대 조건 해결·지원책 마련 시급" 절규
2022.12.01 05:12 댓글쓰기



국민 생명과 직결돼 있음에도 사회적 냉대로 붕괴 위기에 놓인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적정보상 △워라벨 △법적보호 등이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보상’과 ‘평범한 일상’, ‘편안한 수술’이 보장되지 않으면 젊은의사들은 점점 험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이는 결국 의료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병원협회가 30일 개최한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필수의료와 의료인 확보를 위한 대토론’에 참석한 패널 모두 동일한 문제의식과 동일한 해법을 제시했다.


외과 중심 병원으로 경남지역 필수의료를 지켜내고 있는 진주제일병원 정의철 원장은 “외과의사들 이탈이 심각하다”며 “사명감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얼마 전 젊은의사들과 대화의 장(場)을 마련했는데 적정보상, 워라벨, 법적보호 필요성을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다”며 “정부가 더 이상 이들의 목소리를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필수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사인력’이고, 앞서 언급된 3가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견해다.


정의철 병원장은 “필수의료체계는 위기가 아니라 이미 무너졌다”며 “열정페이와 의료분쟁 위험 감수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지역 수가 가산을 통해 적정보상 기반을 마련하고 보다 수월한 인력 확보가 이뤄지면 워라벨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협회 김상일 미래헬스케어위원회 위원장은 해외 사례를 제시하며 우리나라 필수의료 의사들에 대한 법적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상일 위원장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동안 영국에서 의료행위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은 의사가 4명이지만 같은 기간 한국은 670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를 살리기 위한 의료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필수의료를 수행하는 의사들의 직업에 대한 만족도를 떨어뜨리고 회의감 마저 들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의사면허법’이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의사가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를 박탈당한다면 어느 의사가 위험을 감수하고 수술장에 들어가겠냐”며 “필수의료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외과나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병원을 떠나 탈모클리닉을 개설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며 “필수의료 수행하려는 의사들 마저 비필수의료 영역으로 내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의사면허법, 필수의료 재건 흐름에 악영향”

“젊은 의사들은 의료분쟁 거부감 매우 큰데 수술실 CCTV 설치는 기름 붓는 격"

정부, 12월 내 필수의료 개선방안 대책 발표 예정


대한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책임과 함께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젊은세대들은 의료분쟁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며 “법적 처벌을 감수하고 환자를 살리기 위한 수술을 하려는 젊은의사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오히려 필수의료 진료과목 지원을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며 “법적보호는 커녕 감시까지 당하는 필수과목을 누가 지원하겠냐”고 반문했다.


한국인 2세로 영국 병원에서 외과의사로 20년간 근무한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박현미 부교수는 영국과 한국의 의사 삶을 직접 비교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박현미 부교수는 “영국은 기본적으로 주 40시간 근무가 철저히 지켜지고 휴가 6주, 학회 3주, 휴일근무에 따른 대체휴가 등을 합하면 1년에 2달은 진료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한국은 격무가 일상인 만큼 워라벨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그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의료분쟁으로 법정에 서는 일이 잦은 것도 놀라웠다”고 말했다.


진료현장과 학계 전문가들의 쓴소리에 대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공감을 표하며, 12월 중으로 필수의료 살리기 1차 대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차전경 과장은 “그동안 학회, 의료단체 등과 필수의료 관련 대책을 논의했고, 12월 내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뇌혈관 질환 등 골든타임 사수가 필요한 분야와 저출산 영향 등으로 의료인력 공급이 부족한 분야 등을 가장 우선 순위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12월 발표될 필수의료 개선 방안으로는 △지역의료 활성화 △보상체계 △의료인력 유인책 등 크게 3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골든타임 사수가 필요한 응급질환의 경우 지역에서 해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중요한 보상체계와 관련한 내용도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의료인력의 필수의료 분야로의 유입과 함께 예비 의사인력들이 필수의료 진료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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