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75% "내년 응급실 등 진료 축소"
학회, 96개 수련병원 조사…"일부 병원으로 환자 몰려 '도미노' 위기"
2022.12.16 09:33 댓글쓰기



국내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의 75%가 의료진 부족때문에 내년부터 진료 축소를 계획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길병원이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입원 진료 중단을 선언하고, 내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최저치로 급락한 여파가 결국 대규모 진료 공백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회장 나영호 경희대병원 교수)는 학회가 지난 9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병원 96곳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를 시행한 결과, 전체의 75%가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진료 축소는 ▲응급진료 폐쇄 및 축소 61% ▲입원 축소 12.5% ▲중환자실 축소 5% 등의 순으로 답이 많았다.


수련병원들은 진료 축소 이유로 전공의 부족에 따른 소아청소년과 교수들 당직이 2년 이상 길어지면서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번 조사에서 내년도 근무할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 병원이 32%에 달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정원 대비 전공의 근무 비율은 39%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는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서 이미 진행형이라는 게 학회 진단이다.


지난 9월 시행한 조사에서 수련병원의 70%가 진료 축소를 계획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최근 전공의 지원율이 추가로 하락하자 이런 비율이 더 높아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국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에서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로 지속 하락한 데 이어 2023년에는 15.9%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상황을 잠정 집계한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등이 야간진료나 소아 환자의 응급실 진료를 전면 중단 또는 축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이들 병원 진료 축소는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충원해 소아응급실 진료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의 대형병원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주변 병원의 소아응급실 폐쇄와 축소 여파로 이들 병원에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면서 소아응급실 전문의 피로가 누적되고, 응급진료 질이 하락하는 도미노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부 지방 대학병원은 평일 주간과 일요일은 소아응급실의 문을 닫고 평일 야간에만 운영하고 있으며, 이와 반대로 야간 응급실 소아 진료를 전면 중단하고 낮에만 진료하는 경우도 있었다.


학회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담전문의 충원을 위한 직접적인 고용 재정 지원 및 진료보조인력 고용 지원, 최소 2배 이상 소아청소년 기본진료비 인상,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 담당 부서 설립, 필수의료 기본 가산 등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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