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믿고 환자 내보냈던 지방의료원 "아직 팬데믹"
보건복지委 국감 출석, "환자도 의사도 발길 끊게 한 감염병병원 낙인" 하소연
2023.10.13 06:32 댓글쓰기

[서동준·이슬비 기자] 정부가 2023년 5월 코로나19 유행 종식을 선언하고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간 가운데, 아직까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활약했던 공공의료기관들은 팬데믹 잔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 80% 이상을 치료했던 지방의료원 원장들은 21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울분을 토했다. 


10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백남순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장,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은 각각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정춘숙이 채택한 참고인으로 출석해 현황을 전했다. 


정상화 불가 지방의료원, 대부분 올해말 임금 체불 발생 전망 



지방의료원들은 정부를 믿고 지역 환자를 내보내고 병상을 전부 비워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했지만, 회복기 손실보상 지원이 종료된 현재 임금 체불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불안에 떨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회장(인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 원장들은 공공의료 궤멸이 목전에 있다는 공포심을 느끼고 있다”며 처참한 현황을 전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창궐 이전까지 국내 80% 이상의 환자를 전국 의료기관의 1%도 안 되는 지역거점병원들이 담당했다. 하지만 팬데믹 해제된 후에는 대부분 의료원이 병상가동률이 6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경영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 병상가동률은 평균 46.4%다. 코로나 19 이전인 지난 2019년 80.5% 대비 평균 41%p 떨어져 병상 절반만 가동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원에서 코로나19를 온전히 감당하는 동안 기존 환자들은 물론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까지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탈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6월 기준 지방의료원 35곳 중 의사 정원을 충족한 곳은 16곳, 간호사 정원을 채운 곳은 4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 회장은 “정부의 지원금은 코로나19 기간에 발생한 손실액에 불과하다”며 “그간 관리운영비가 절감되면서 의료원을 어떻게든 운영하고 있지만 당장 올해 말부터는 지방의료원 대부분에서 임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조 회장은 “팬데믹 초기에 약속했던 대로 의료원 정상화까지 지원이 필요하며, 공공병원에 대한 인력 지원 정책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남순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장에 따르면 포천병원도 올해 연말 직원 임금체불이 기정사실화됐다. 정부의 손실보상금 지원이 올해 2월 종료되면서 월 10억원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천병원은 지난해 5월 2일 전담병원에서 해제됐지만, 외래환자가 코로나19 유행 이전 일평균 700명에서 현재 겨우 회복한 수준이 400명대에 그친다.  


백 병원장은 “지금까지는 경기도에서 매달 8억원씩 재정을 만들어 지원해 임금체불은 피했지만 방식도 이제는 한계라고 한다”며 “당장 오는 11월, 12월 임금체불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공공병원을 동원한 기간 만이라도, 2년 반을 동원했으면 2년 반 정도 회복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병원 간 회복률 차이가 있기 때문에, 너무 낮은 병원의 경우 원인을 분석하겠다”며 “국고 지원을 확대해 다음번에도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민간중소병원도 ‘신음’···명칭 바꿀까 고민, 신장개업 수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활약한 의료기관 기관장들이 국회를 찾은 건 이번 뿐만이 아니다. 


공공병원과 함께 사명감만으로 병상을 전부 내놨던 민간중소병원들도 여전히 감염병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해 환자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다시 일반진료를 위한 병원 개보수, 떠나간 인력 영입도 막막한 과제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주최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 간담회’에서 이 같은 호소가 이어졌다.


김철준 대전웰니스병원 병원장은 “감염병 병원이라는 인식 개선을 위해 명칭 변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며 “환자 한명부터 시작하는 신장개업 병원이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진혁 남양주 한양병원 이사장도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서는 환자를 받을 수 없겠다고 판단, 병원 개보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혜민병원 병원장은 “연간 적자가 1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데 민간병원이 이정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한 1년 정도 버틸 수 있을까 싶다”며 “당초 3개월이었던 손실보상 기간이 6개월로, 다시 1년으로 늘었지만 까다로운 기준으로 적자 보전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양성범 용인 다보스병원 이사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외면당할 게 뻔하다며 내부 직원들이 병상 소개에 대해 반발했지만 결국 병상을 내놨고, 그 결과는 혹독했다. 의료진 3분의 1이 사직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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