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의협, '삐걱' 소리만 6개월
상호 팽배한 불신…전향적 태도 변화 절실
2012.10.31 20:00 댓글쓰기

내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에서 대한의사협회가 2.4%의 수가인상률을 제시받자 의료계는 정부를 집중적으로 성토했다. 대한병원협회가 2.2%, 대한약사회가 2.9%의 수가인상률을 가져가자 일차의료 활성화를 강조해온 정부 방침과 반대되는 결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협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수가인상률을 거부했고, 수가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의협의 수가인상률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로 공이 넘어갔다.

 

그러나 건정심 위원들은 최근 열린 회의에서 인상률 결정을 유보하고, 오는 12월 중순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의협이 건정심에 참여해 자신들의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보건의료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와 핵심 카운트파트너는 대한의사협회의 관계가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복지부와 의협 실무진들은 사석에서 "정부와 의협의 관계가 이처럼 불편한 적이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양측은 서로에게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일선 개원가 혜택받아야"


기자가 최근 만난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수가협상 결과와 일련의 갈등상황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특히 건강보험 흑자에 따른 낙수효과를 의협의 누리지 못한 것에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의협 집행부와 불편한 관계임은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대상을 의협의 모든 구성원으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은 복지부 수뇌부도 잘 알고 있으며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최근 종료된 수가협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한 것은 정말로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건강보험 흑자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의협이 충분한 몫을 가져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와 의협 집행부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일선 개원가에 돌아갈 혜택이 줄어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일선 의료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현재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 등 기피 진료과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계획 중이다. 단순한 수가 인상에 그치지 않는 전향적인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단순한 수가 인상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질문에 "충분히 공감한다. 의료계가 공감하는 전향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는 장관도 승인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그는 "응급의학과와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다른 기피 진료과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첩약 급여화에 대해선 "의료계에서 다른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의협의 건정심 참여 거부에 대해서도 "의협은 복귀할 명분이 필요할 것이고, 이를 정부가 동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한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모습으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건정심 구조 개편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의 생각이 중요하다며 모든 화살을 복지부로 돌리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의협의 소통방식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간부의 녹취 사태 등을 예로 들며 "이런 일이 벌어지자 복지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정부가 좀 더 의협을 신뢰할 수 있는 의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협의 정책 협의가 결정되기도 전에 노출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서로 믿을 수 있는 신뢰 형성이 절실하다는 것.

 

그는 "의협은 정부의 중요한 파트너이다. 그런데 복지부 내부에서 속 시원히 의협과 대화하기 어렵다는 정서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 측의 발언은 공신력이 있다. 의협도 이를 받아들이고 신의를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은 정부가 외면하기 어려운 과제이며 반드시 대책을 마련하겠다. 헛된 구호가 아니다"라면서 "정부는 일선 개원가 의사들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이를 대변하는 의협 집행부는 사회적인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협 "신뢰 형성은 정부가 먼저"


노환규 집행부의 한 핵심이사는 "복지부의 행보는 한 마디로 쇼에 불과하다. 믿을 수 없다"고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건보공단이 성분명처방과 포괄수가제를 부대조건으로 들고 나온 것은 애초에 협상 의지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복지부의 동의 없이 이런 협상이 가능하냐는 인식이었다.

 

복지부가 겉으로는 대화를 말하지만, 내부적으로 의협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많다는 것. 이 관계자는 "복지부 최고위급 인사가 의협과의 교류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정이 이런데 무슨 대화가 가능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의협은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의협은 복지부가 의도적으로 자신들을 배제했다고 보지만, 복지부 측은 "실무진 차원에서 수시로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일부 상임이사들은 지금도 복지부를 방문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열린 건정심에서 첩약 급여화에 2000억원을 투입하는 시범사업이 확정되자 복지부를 향한 의료계의 불만은 더욱 커졌다.

 

노환규 집행부는 취임한 지 6개월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많은 갈등이 겪었다. 의협은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주장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참여 거부를 선언했다.

 

만성질환관리제와 의료분쟁조정법 등에 관한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백내장과 제왕절개 등 7개 질환의 포괄수가제(DRG) 도입이 가시화되면서 복지부와 의협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다.

 

의협은 파업을 예고하며 격렬히 반대했다. 이후 복지부와 의협의 정책 교류는 눈에 띄게 줄었다. 노 회장 입에서 파업이란 단어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의협은 복지부가 건정심 구조개선에 전향적인 입장을 밝히고, 의사단체를 전문가로 인정해야 관계 회복의 실마리가 마련된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의사단체를 마치 손보겠다는 인식은 관료주의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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