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심평원 위탁 심사案 '논란' 가열
문정림 의원, 복지부 비판… '공적체계 민간보험사 활용 바람직한가' 제기
2015.04.02 20:00 댓글쓰기

실손보험 청구와 심사 주체를 두고 보건복지부가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도 예외일수는 없을 전망이다.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실손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하는 것에 대한 적정성이 도마에 올랐고, 해당 정책의 최종적 수혜자가 보험사라는 것에 칼끝이 향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위원회 전체회의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공공기관인 심평원이 민간보험회사 이익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을 통한 보장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심평원이 민간보험 활성화와 민간보험사의 이익을 대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손보험이 전국민 보장성강화를 방해하는 요인이라는 전제도 깔려있다.

 

실제 문 의원은 "심평원의 심사・평가 체계 기반은 공보험인 건강보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보험사를 위해 공적체계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아울러 "실손보험 진료비심사 위탁에 소요될 비용은 보험사에서 지불할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이 '보험사와 의료기관'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는다면 균형감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위가 참조하겠다고 밝힌 자동차보험 진료내역 심사체계와의 차이에 대해서도 짚었다. 2013년 7월, 국토교통부는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심사권한을 심평원으로 위탁한 바 있다.

 

먼저 문 의원은 "자동차보험은 책임보험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공적 영역으로 볼 수 있으나, 실손보험은 보험사가 개발한 것"이라고 구분했다.

 

이어 "금융위는 소비자의 권익 차원에서 보험사의 비급여 관리를 심평원에 맡긴다고 하지만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비급여 진료를 통제함으로써 보험사의 수익을 증대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보험료를 낮추지 않는 이상 심평원의 심사로 줄어든 비급여 진료비의 차액은 모두 보험사의 몫으로 돌아갈 것이고, 보험 가입자와 의료기관에 돌아오는 몫은 더욱 적어질 것이라는 게 문 의원의 생각이다.


'실손보험' 공론화 두 번째…관련 법안도 발의 예정

 

문 의원이 이처럼 각을 세우는 이유는 금융위가 해당 내용을 거론한 것이 벌써 두 번째인데다, 현실화를 위한 설계는 물론 법안까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2012년 ‘실손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마련하면서 심평원에 실손보험 진료비 심사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더구나 최근 제3자 청구제를 논의하고 있다며 심평원 위탁을 전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춘진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도 실손보험 심평원 위탁의 법적 근거가 될 보험업법 개정안을 준비, 각계 의견을 물었다. 이달에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법안 발의 단계를 밟아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위원장이 준비한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등에게 지급한 실손보험의 보험금 내역에 대한 심사업무의 일부를 전문심사기관(심평원)에 위탁할 수 있다.

 

전문심사기관(심평원)은 심사결과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해당 요양기관에 알려야 하고, 보험사는 보험계약자 등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심사결과 적합하지 않다고 확인되면 의료비용 한도에서 해당 의료기관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위와 김춘진 위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도 복지부와 심평원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문 장관은 "관계 부처간 협의가 이뤄진 바 없다"며 "심사의 적정성과 실효성, 이해관계자의 상반된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문 의원은 복지부와 금융위 등이 참여하고 있는 '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거론하며 "복지부와 심평원은 공식적으로 협의를 한 적이 없다 하고, 금융위는 했다고 한다. 그럼 금융위는 복지부와 심평원이 아닌 누구와 협의를 했냐"고 반문하며 회의록 제출을 요구 했다.

 

심평원 역시 문 의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을 통해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견 요청이 있을 경우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심평원 "심사・평가 일원화" 선언

 

심평원은 실손보험 위탁심사를 넘어 '심사・평가 일원화'관련 공식적인 선언을 준비했다.

 

심평원은 의료와 관련된 심사 및 평가 업무를 심평원이 포괄적으로 모두 수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지출하는 의료비의 합리화와 환자안전, 의료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간 건강보험급여 심사평가로 갈고 닦은 노하우와 시스템을 바탕으로 의료 전 영역에 걸친 심사평가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표출하며 국민의료비 관리에 매진할 뜻을 밝히고 있다.

 

문제는 심사평가일원화의 범위다. 심평원은 이에 대해 '타 보험 등 심사수탁을 통한 일원화'라고 언급하고 있다. 반면 공공영역으로 국한한다는 등의 언급은 없다. 결국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실손보험 심사청구위탁'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 심평원 고위관계자는 업무보고에 앞서 "일원화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자제해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또, "진료심사평가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심사평가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공적영역에서의 일원화'를 언급한 것"이라는 설명했다.

 

이어 문 장관의 발언처럼 "금융위나 김춘진 의원실과 실손보험 관련 논의를 한 적은 없다. 실손보험 위탁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실손보험과 같은 사적 영역의 보험이 아닌 산재보험을 염두에 둔 일원화"이라고 부연했다.

 

의료계 "신중한 검토 아닌 반대의견 피력해야"

 

복지부와 심평원의 유보적 태도에 의료계는 강하게 비난했다. 공공기관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훼손될 뿐만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진료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이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다양하고 질 좋은 의료라는 의료소비욕구 충족을 위해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서비스"라며 "건강보험이 추구하는 비용・효과성 측면이 고려된 진료와는 태생부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 또한 "의사는 치료 목적에 부합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한다"면서 "추구가치의 차이를 동일한 잣대로 재단하고 획일화시키는 것은 진료권과 환자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집단 모두 복지부와 심평원의 미온적인 반응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수탁의사가 없다면 반대의사를 분명히 해 오해를 불식시켜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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