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의사인력 확대, 서남의대 폐교 사태 잊었나"
한희철 의학교육평가원 이사장
2023.10.30 05:47 댓글쓰기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이 무수히 신설되는 즉, 의사가 대폭 늘어나는 역사가 재현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재확인, 기존 40개 의대부터 증원키로 했다. 2026학년도부터는 역량이 부족하지만 투자계획이 있는 학교 정원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신설은 추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11월부터 교원·시설·투자계획 등 의대 점검이 실시되는 가운데 정원 확대로 인한 의대 교육의 질 유지·향상도 중요한 대목이다. 증원은 확실시됐지만 규모는 소문만 무성한 상황 속에서 데일리메디는 의학 교육 향상에 힘써온 한희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제7기 이사장(前 3연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 고려의대 교수)으로부터 의대 정원을 둘러싼 과제들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한희철 이사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의사인력을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갖추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의사 인력의 동태를 파악해 적정 의사 수를 산정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의 구상대로라면 이 거버넌스는 필수의료에 몇 명이 종사하고 있는지, 근무조건을 개선한 결과 얼마나 인력이 유입됐는지 등을 상시 조사하게 된다. 


실제 현재 의료계·시민사회·정부 등에서 쏟아져나오는 의사 수와 관련한 연구들은 기준과 근거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토대로 논의를 시작하자는 주장이다. 설령 당장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실제 의사 배출까지는 남성은 최소 13년, 여성은 10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접근법을 취하자는 취지다. 


한희철 이사장은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의대 정원은 매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며 “적정 인력 증원은 현장에서 바로 수용 가능하지만 대규모 확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현재 40개 의대를 활용해 인력을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신설할 경우 교원 확보, 병원 신설 등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교육의 질을 논할 경우 폐교된 서남의대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서남의대는 한 이사장 표현대로 ‘극단적인’ 사례지만, 사실 의평원 평가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폐교된 게 핵심이다. 


이후 인근 원광의대, 전북의대가 서남의대 정원(49명)을 수용해 정원이 늘었는데 교원 및 강의실 부족이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대학이 강의실 확장 공사 등을 진행하고 교수 채용을 위해 힘썼는데, 정원을 떠안으며 부담이 늘어났다”며 “정원이 늘어나는 대학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설 의대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의평원 평가인증을 받은 후 허가를 내줘야 한다”며 “뽑아놓고 인가받지 못하면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수요 추계 등 과학적 접근 절실

“의사인력 모니터링 거버넌스 구축이 최우선 과제”

“의대생 증원 시 대학 부담 가중, 정부 세심한 지원 필요”

“대학 평가 인증 획득 후 신설의대 인가 과정 필수” 


한 이사장은 의대 교육의 현 주소를 임상 위주, 능력 위주로 교육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이밖에 여학생 증가로 현역병 입대 선호와 공보의 부족 현상도 근래 새롭게 부상 중인 문제다. 


그는 “현재 의대생들은 주로 대학병원에서만 실습하고, 의료취약지에 직접 가서 공공의료를 접할 기회가 적으며 또 기초연구를 경험할 기회도 적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공계 학생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의전원 제도가 생기면서 사회진출에 대한 조급함을 느낀 학생들이 임상 분야, 특히 개원가로 몰리게 됐다는 게 한 이사장 분석이다. 


상황은 이렇지만 전환점은 있다. 교육부가 의대 체제를 2+4년제에서 통합 6년제로 추진 중이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한희철 이사장은 “기초의학, 임상의학에 더해 질환 뿐 아니라 환자 상황·위치·독거 여부 등 종합적인 판단과 여러 직종이 함께 토론하는 ‘의료시스템과학’의 교과목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교육들이 도입되면 학생들의 필수의료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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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굥수표 03.20 06:45
    지방 모대학은 정원 49명임에도 교수가 부족해 임상계약직 의사에게 강의를 부탁하는 형편인데도 이번 의대증원 사태때 120명을 신청하더라.
  • tlstjs 10.30 12:14
    의사들이 되려는 영재가 이리도 많은데 외국 유수대학에 보내고 트레이닝도 받게하면 외국에서 활동하다가도 국내에 보수가 그레 선진국중 1위라면 돌아오지 않겠나???
  • 폐교 10.30 08:52
    현재도 10% 3-4개정도는 폐교가 답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