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혜·최진호 데일리메디 기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뿔났다. 웬만해선 대외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던 이들이 연단에 올라 무기한 집단휴진을 지지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를 보호하고, '법대로'하자며 타협없는 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진짜 의료대란은 지금부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8일 대한의사협회는 오후 2시부터 4시반까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1만 2000여명, 의협 추산 2만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특히 이번 궐기대회에는 교수들이 연단에 올라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동안 간호법 등 의료현안이 있을 때마다 의협이 궐기대회를 열었지만 교수들 참여는 미미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에는 의대 교수들이 상당히 눈에 띄었다. 의협 휴진 등 대정부 투쟁을 교수들도 지지한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실제 서울의대 방재승 전 비대위원장, 가톨릭의대 김성근 비대위원장, 고려의대 임춘학, 박평재 공동위원장, 가천의대 교수협의회 김호상 회장, 가톨릭관동의대 교수협의회 김민범 회장, 단국의대 교수협의회 민준원 회장, 대구 가톨릭의대 류재근 회장, 한림의대 교수협의회 김현아 회장 등이 참석했다.
김창수 회장 "정부, 의료농단과 교육농단을 마치 의료개혁이라는 허울로 국민 호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김창수 회장은 "의료농단, 교육농단을 마치 의료개혁이란 허울뿐인 이름으로 통합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정부는 더 이상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다"며 "전의교협은 정부 의료농단과 교육농단을 저지하기 위해 의협과 함께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안석균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도 "정부는 정책 결정은 정부 권한이라 주장했는데, 이는 곧 정책 추진에 따르는 문제 역시 정부가 책임진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책임은 커녕 전공의와 학생에게 덫을 놓고 협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그 덫을 이용해 교수들에게 전공의와 학생 복귀를 종용토록 하고 있다"면서"우리 교수들은 정부에서 요구하는 이 같은 협조를 거부한다.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의대 교수들 "막가파식 정부, 우리가 더 이상 희생하며 진료 필요성 못느껴"
의대 교수들에 이어 개원가도 무기한 파업이라는 어려운 싸움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의료대란은 지금부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행정명령 등 법을 앞세워 강경하게 대응한다면 '의료 붕괴'라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앞으로 진짜 의료대란이 다가온다"며 "저는 의대 정원의 단계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글을 썼다.
안 의원은 이어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올해는 정원 규모를 현행대로 선발하고, 내년부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의대 증원규모와 시기를 정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그래야 전공의의 절반 정도, 그리고 의대생들이 복귀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수도권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사실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의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뭐든지 법대로 하자며 행정명령을 내리고,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압박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왜 희생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환자와 시민단체들도 한 사람이라도 다치면 법대로 대응하겠다고 하는데, 굉장히 모욕적이었다"며 "이에 필요하다면 무기한 휴진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뿐만 아니라 주위 동료들도 더 이상 희생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 및 확산되고 있다"고 교수들 정서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