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의대생 복귀 독려를 위한 정부의 유화책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전공의 대표가 입을 열었다. 의대생 투쟁을 지지함과 동시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천명했다.
여기에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핵심 요구 사항인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백지화'에 대해 정부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 "우리의 요구는 단호하고 분명하다. 학생들의 (국시 거부) 결정을 존중하고 지지한다. 저도 안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최근 전국 의대 본과 4학년 3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5.5%가 국시 응시에 필요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정호 의대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본과 4학년 학생들 대부분이 의사 국시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정부는 조속히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단 위원장은 이를 지지함으로써 의대생과 함께 복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혜' 비판 속 유화책, 전공의‧의대생 요지부동
전공의와 의대생의 이 같은 입장 표명으로 정부가 지난 9~10일 이들의 복귀를 고대하며 총동원한 유화책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복지부는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철회하는 동시에 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특례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공의들의 사직서 수리 시점을 두고 정부와 병원 간 마찰을 빚는 가운데, 전공의들이 9월에도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상황이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9월에도 전공의가 복귀하지 않을 때의 대책을 명확히 내놓지 못하고 있어 지금의 의료공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생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 유급 판단 유예, I학점 신설, 학년제 등 학사 운영 다양화 등을 포함한 '의대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복귀하는 의대생들을 위해 의사 국가시험 추가 실시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이 "의대생에 대한 특혜가 아닌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복지부와 같이 여론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의대협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듯 의대생 복귀는 요원하기만 상황이다.
한 달에 한 두번씩 의대생들과 대면한다는 지역 국립대 A교수는 "현재 학생들은 복귀 의향이 전혀 없다. 오히려 전공의들보다도 더 강경하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부터 전공의와 의대생은 같이 행동해왔다. 이번에도 전공의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학생들도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증원 백지화' 등 기존 요구안 거듭 강조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복귀 조건은 명확하다. 대전협과 의대협이 각각 2월과 3월에 제시한 요구안들을 모두 수용하는 것이다.
대전협은 지난 2월 20일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대책 제시 △주 80시간 근무환경 개선 △부당명령 철회 및 정식 사과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 7대 요구안을 내놨다.
의대협은 지난 3월 24일 △의대 증원 백지화 △의정 합의체 구성 △의료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사과 △의료진 법적책임 완화 △합리적 수가체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의료전달 체계 확립에 대한 대안 제시 △수련환경 개선과 자유의사 표현 권리 보장 △휴학계 관련 공권력 남용 철회와 휴학 사유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 해석 금지 등 8대 요구안을 공개한 바 있다.
대전협과 의대협은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총파업을 앞두고 발표한 3대 요구사항 조차 후퇴안이라고 비판할 만큼 기존 요구안에서 한치 변화 없이 정부 정책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의 첫 번째 요구사항인 의대 증원 백지화에 대해 절대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
의대협은 지난 2일 "의대협의 대정부 8대 요구안은 의대생들의 최소한의 목소리"라며 "학생들은 앞으로도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